Manchester 2 Days trip 맨체스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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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12월 여행
맨체스터는 흔히 '산업혁명의 도시', '축구의 도시'로 잘 알려진 곳으로서, 축구팬이 아니고서야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는 도시로 생각하는 여행자들도 많다. 물론 나는 축구팬으로서 첫 챔피언스리그를 보러 오긴 왔지만 말이다. 챔피언스리그는 저녁 8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당일치기는 사실 어렵고 맨체스터 자체도 그간 방문한 다른 도시보다 훨씬 큰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1박 2일 일정으로 맨체스터를 방문하였다.
1일차: 시내 → 이티하드 스타디움 (맨체스터시티 챔피언스 경기 관람)
2일차: 올드트래포드 투어 → 전쟁박물관 (IMW) → 축구박물관 → 라이랜드 도서관 → 산업혁명박물관 → 게이빌리지
첫째 날은 늦은 오후에 도착하여 숙소에 체크인한 후, 시내을 약간 구경하고 Pieminister라는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파이 음식점에서 미트파이를 먹었다. 매번 차가운 샌드위치 등을 먹어서 뭔가 배만 채우는 느낌이 있었는데 따뜻한 고기 파이를 먹으니 축구를 보면서 느낄 추운 날씨를 견딜 수 있겠다 싶었다. 시청 앞은 크리스마스 장식물과 마켓이 들어서 있었는데 사진처럼 커다란 산타 조형물이 볼만 했다. 이티하드 스타디움을 가려면 트램을 이용하는데 항간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여기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임승차가 잦다고 한다. 첫날은 딱히 표 검사를 하는 것 같지 않아 진짜 안내고 타도 될까 싶었는데, 다음날 표검사를 당했더니 역시 조심해야겠구나 싶었다. 첫 챔피언스리그 경기 직관이었기 때문에 물론 16강 진출이 확정된 맨체스터시티였지만 나름 나에게 의미가 있던 경기였고, 골도 제법 터져서 지난번 뉴캐슬 경기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경기 시작전 주변에 나름 미니 콘서트도 하고 오는 관중들을 위해 여러가지를 제공하는 구단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한, 꽤 유명한 르로이 사네, 아구에로, 다비드 실바 등을 직접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둘째날은 아침부터 반대쪽에 위치한 올드트래포드 투어를 하러 갔다. 축구경기를 직접 보러 오면 좋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리버풀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구입이 힘든 인기팀이기 때문에 항상 어렵다. 그렇다고 2차 거래사이트를 통해 구입하자니 너무 비싸기도 하여 결국 투어로 오게 되었다. 박지성이 뛸 때만 해도 정말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소 시들해진 상태, 그래도 투어를 안내해주시는 분이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더 친절하게 반겨주어 감사했다. 투어의 장점도 있는데, 들어가볼 수 없는 드레스룸, 프레스룸 등을 직접 구경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점이다. 실내를 나와 선수들이 입장하는 곳을 통해 경기장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이때 실감나게 음악도 틀어줘서 같이 투어한 사람들끼리 정말 선수가 입장하듯이 줄서서 입장하였다. 감독이나 선수들이 않는 곳에 앉아본 후, 마지막으로 박물관에 들어갔다. 여기서 드디어 박지성의 흔적(?)을 발견하였다. 마지막에 official shop에서 올드트래포드를 다녀갔다는 증서를 뽑아주는데 그것을 받고 밖으로 나섰다.
근처에 Imperial War Museum 분관이 있길래 겸사겸사해서 방문하였다. 영국의 박물관을 방문하면 느끼는 것은 전시방법의 차이가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게 하는 것에 대한 부분이다. 관련 유품만을 규격화된 전시대에 놓고마는 한국의 보통의 박물관과는 달리 조금 덜 중요하더라도 관련된 유물을 다른 방식으로 공간활용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이 조금 더 효율적인 것 같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박물관은 제시된 한방향의 경로를 따라서 관람하게끔 유도하는 반면 이 곳은 물론 시대별 공간이 분리되어있지만, 무언가 한 방향을 따라 간다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공간이 열려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다른 흥미거리는 더욱 강화된 체험식 관람요소들이다. 예를 들어, 1차 세계대전의 대표 키워드는 '참호전'인데, 이 참호에서의 생활을 관람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참호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들을 실제로 맡게 하고 이게 무슨 냄새인지 맞추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어찌 보면 다소 뻔한 체험학습을 벗어나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게끔 하는 요소임에는 틀림 없다. 점심으로 Shoryu ramen에서 따뜻한 라멘을 먹은 후 축구박물관을 방문하였다. 축구박물관이다 보니 일반적인 축구팬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되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었는데, 입장을 위한 옛날 회전문이나 벤치의 일부를 가져놓거나 옛날 축구관련 오락기를 전시하는 등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존 라이랜즈 도서관은 오래된 도서관인데 검색해보니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으며 특히 보관한 고서들이 많다고 이야기를 들어 갑자기 방문하게 되었다. 이름 그대로 존 라이랜즈라는 사람이 지은 사립도서관인데, 미로같은 복도를 지나야 비로서 교회같은 내부에 도착할 수가 있다. 몇몇은 고서를 꺼내어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남아서 근처의 산업혁명 박물관을 폐관하기 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도 생각보다 넓어서 다 볼 수는 없었지만 가장 신기했던 게 방적기를 직접 시연하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양털을 어떻게 해서 천으로 직조하는지에 대한 모든 과정을 설명해주는데, 이해하기도 쉬웠다. 주어진 짧은 시간이 아쉬울 뿐이었다. 피카딜리역으로 돌어오는 길에 게이 빌리지라는 곳을 스쳐 지나갔는데, 어두컴컴해진 저녁에 오직 나만에 거리를 걷고 있어서 괜히 무서운 마음이 커져 발걸음을 재촉했다. 곳곳에 바가 있는데 모두 LGBT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내걸고 있었다. 그저 명칭이 그렇다 뿐이지 딱히 볼 것은 없었던 것 같았다.
잉글랜드 북서부의 주요 도시이니만큼 볼거리도 나름 있었고, 특히 전쟁박물관과 산업혁명박물관은 기대 이상의 장소였다. 축구일정에 맞춰서 오면 좋지만 아니더라도 방문해봄직한 도시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