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Wales (4) - 다시 스노도니아
오랜만의 긴 트레킹 다음 날이라는 핑계도 있지만 산악 정상까지 기차로 연결되어 있는 스노도니아 정상을 굳이 도보로 가기 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당연히(?) 기차를 선택했다. 어제 만났던 다른 분들은 이틀 연속으로 하이킹 가는 사람도 있다고들 하지만.
사실 영국의 산세는 한국에 비하면 험한 편은 절대로 아니다. 최고 높은 벤네비스 가 아마 해발 1400m도 안되기도 하고, 산에 오르면 울창한 숲보다는 풀밭이나 돌무더기들로 탁 트인 시야를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적당히 선선한 날씨기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릴 걱정을 그다지 하지 않아도 좋다.
아무튼 미리 예약해놓은 기차를 타러 Llanberis 역에 가니 의외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여느 관광열차처럼 비지정석으로 빈자리에 끼어 탔는데 대다수가 학교캠프차 온 학생들이었다. 다행히 중간이 아닌 문 옆에 자리를 잡아 창 밖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전망을 즐길 수 있었다.
<Snowdon mountain railway train 공식 홈페이지>
Home - Snowdon Mountain Railway
A true mountain and place of legend, come with us and see exactly why Snowdon Mountain Railway has been described as one of the most wonderful railway journeys in the world.
snowdonrailway.co.uk
기차 옆으로 간간이 나란히 트레일을 마주치는데 등산객들과 인사하며 가다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달하였다. 푸르른 하늘과 달리 거센 바람이 사람들을 맞이하였다. 당황한 마음에 데크에 들어가 잠시 내려갈 루트를 살펴보니 역시나 다양한 루트가 있었다. 아무래도 기찻길과 나란히 오는 Llanberis 패스가 가장 효율적인 루트겠지만, 나는 전날 이미 본 길보다 다른 길을 통해 가겠다고 전날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바로 Miner's track으로 전날 Devil's kitchen 등산의 출발 점이었던 Pen y pass로 향하는 것이다. 명칭은 말 그래도 광부들이 이곳의 구리광산에서 카나번으로 구리를 나를 때 사용하던 역사로부터 유래한다.
데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정상으로 갔으나, 함께 기차를 탔던 학생들이 너무 북적여 주변 구경만 잠깐하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초반부터 급경사의 계단이 끝없이 이어졌다. 1시간 남짓 지나자 스노도니아가 끌어안고 있는 호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잉크빛을 띄는 맑디 맑은 호수는 잔잔하고 고고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분명 이곳도 폐광되기 전에는 활기찬 광부들의 발걸음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드문드문 등산객들을 만나곤 했지만 확실히 아까 기차를 타고 온길보다는 적었는데, 마지막으로 웨일스의 자연을 혼자서 듬뿍 담아갈 수 있었다.
Pen y pass에 도착하니 낯익은 유스호스텔과 버스정류장등이 보였다. Llanberis에서 한번 갈아타 Bangor로 돌아갈 예정으로 Llanberis에서는 오전에 급하게 기차를 타느라 못본 호수를 남는 버스시간에 맞게 산책하기로 했다. 호수에는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산책하러 나온 모녀들이 그 정경과 어우러져 나는 의자에 앉아 남은 여운을 만끽하였다. 저 멀리 보이는 Dolbadarn castle의 폐허를 뒤로하고 다시 Bangor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다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Bangor 시내를 조금 구석구석 살펴보기로 하였다. 마음 한 편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역이 근처에 있어서 가볼까 싶기도 했지만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구글맵으로 보면 마음이라도 금방 갈 것 같은데 역시 현실은 쉽지 않다. 블로깅을 하다가 이곳에서 어학연수를 한 분이 좋다고 한 Pier의 카페가 좋을 것 같아 숙소 기준으로 저 반대편에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어찌어찌 도착한 Pier는 무슨 조그만 놀이공원같던 입구와는 달리 실망스럽게도 아무 곳도 열지 않았다. 심지어 그 카페마저.... 어쩌겠냐만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짧은 일정의 웨일스 여행이었지만, 좋은 풍경 덕분에 애정도 생기고 언젠가 남부웨일스도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