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United Kingdom

Shetland (3) - Up Helly Aa 2020 (업헬리아 축제)

잿빛노을 2020. 4. 20. 01:30

본 축제에 시작하기 앞서 주니어 업헬리아가 예행연습 겸 펼쳐지게 된다. 이 행사를 보면서 어느쪽에 관람하기 좋을지 본행사 때 자리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여, 이탈리아 친구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과연 귀여운 꼬맹이들이 바이킹 스쿼드가 되어 횃불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대로 10대 정도되는 중,고등학생쯤 되는 친구들이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우리는 러윅에서 가장 맛있다는 피쉬앤 칩스를 테이크 아웃해서 마을 커뮤니티 앞 언덕배기에 있는 의자에 앉아 감상하기로 하였다. 갤리도 꼬맹이들이 딱 맞는 작은 배를 준비해서 행진이 시작되었다. 음악소리에 맞춰 천천히 이동하는 불꽃들이 이 밤을 뜨겁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갤리를 태우는 곳은 다음 블록에 있는 마을 공원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다시 이동하기로 하였지만 셰틀랜드 사람들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인파 속에 접근하기 여간 쉽지 않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나는 갤리를 바닷가 태워서 흘려보내는 줄 알았는데 그 것은 아니었고, 덧붙여 안전문제인지, 행사 진행문제인지 모르게 공원 바깥 돌담에서 지켜보니까 너무 멀어서 막상 태울때는 그 감동이 덜했다는 점이다. 

 

행사가 끝나고 나서 이탈리아 친구들이 밤에 있는 마을사람들 파티에 참석하지 않겠냐고 물어보았다. 오늘은 셰틀랜드 사람들 마을회관에 다모여 밤새도록 술마시며 노는데 외지인들도 티켓만 있다면 함께 참석이 가능하였다. 우리의 친절한 BnB 주인이 구해줄 수 있다고 하였지만, 2박을 배에서 지내고 피로함이 덜 가셔 가도 많이 즐기지 못할 것 같았고, 가격도 30파운드라고 하여 친구들에게 동영상 찍어서 나중에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친구들은 다시 BnB로 돌아가고 나는 마을 산책을 하고 있는데 점차 코스프레한 마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오전에 보았던 그 갤리도 움직이는 걸 보니 행진이 임박했음을 느끼고, 공원 근처로 이동하여 자리잡으러 갔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이지역 사람들이 다 모인 듯이 수백명의 각양각색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횃불을 들어 행진을 시작했다. 금세 끝날 것 같던 행진의 줄은 공원을 크게 한바퀴 감을 정도로 길었다. 서로 교차하여 두 방향으로 행진을 계속하였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경에 경외로운 기분이 들면서 한참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횃불을 바로보며 '불멍'하는 기분이었나보다. 

 

한 3-40여분 그렇게 행진을 마치고 공원에 들어가 둥그렇게 모여 갤리를 태우는 의식을 시작하였다. 어릴 적 수련회 가서 캠프파이어하는 것이 어렴풋이 생각도 나면서 그 때 촛불의식하면서 부모님 생각에 눈가를 적시던 기억까지 갑작스레 찾아왔다. 그 선사시대부터 불은 우리의 생명을 지켜준 무기이면서 우리의 감정을 벅차게 하는 악기 같은 존재이다. 

 

주민들이 횃불을 갤리로 던지면서 일 년중에 가장 이 셰틀랜드를 밝히는 밤이 되었다. 활활 타오르는 갤리는 영화 그 어디선가 나올법한 모습이었다. 그들의 의식이 끝나자 드디어 공원에 들어갈 수 있었고, 갤리에서 뿜어나오는 온기를 느끼며 축제는 끝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