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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nited Kingdom

End to enders: 노스코스트 500 (NC500) 1 - 세상의 끝에 서있는 느낌을 미리 맛보다

  인버네스에서 우중충하면서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전날 산 자켓을 두껍게 걸치고 다녔던 어제와는 달리 아침부터 흐린 날씨이긴 하지만 바람이 선선한 느낌이었다. 버스터미널에서 픽업해주는 렌트카업체에 가니 실내에는 왠 클래식한 올드카들이 쭉 진열되 있어서 신기한 표정으로 구경하면서 아직 움직일 수 있는 것이냐고 하니 당연히 아니라고 하는 직원.

  원래 Kia ceed를 렌트했었는데 (오토매틱 중에 가장 작은 차였음..) 인수받은 차는 BMW 1시리즈 파란색으로서 어차피 혼자 운전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흡족한 마음으로 인수하였다.

 

  오랜만의 영국에서의 운전! 게다가 보조석에 아무도 없는 단독운전이라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첫번째 라운드어바웃을 무사통과하면서부터 서서히 긴장은 풀려가길 시작했다. 울라풀 (Ullapool)로 향하는 길의 첫번째 들를 장소는 로지 폭포(Rosie Fall) 이다. 10분정도만 주차장에서 걸어가면 폭포가 나타나는데, 그 크기 자체로는 상당히 아담한 느낌이어서 마치 철원의 나이아가라, 직탕폭포가 떠올릴 법도 한데 이 폭포의 포인트는 그런 것이 아니라 바로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연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물보라가 이는 지점에서 연어가 상당히 높이 뛰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다. 지난 번 오반 (oban) 을 여행할 때 연어 양식장을 갔을 때 왜 그렇게 지붕을 쳐놨는지 알법도 하다. 마침 그 연어를 잡으려는 낚시꾼의 모습도 보여서 적당히 사진찍을 때 배경도 되어주었다. 또 한가지 이때부터 나를 곤경에 빠뜨린 것은 바로 벌레이다. 글래스고에서는 보이지도 않던 날벌레가 어찌나 달라붙던지, 아웃도어 샵에서 smidge (insect repellent 브랜드)를 쫙 진열해놓은 이유를 이제서야 깨닫고 후회하였다.

 

 

  두번째 포인트는 코리쉘록 협곡 (Corrieshalloch Gorge)이다.  두 포인트 다 울라풀로 향하는 A835도로에 맞닿아 있어 간단히 들러보고 가기 좋은 곳이다. 이 곳은 협곡답게 수직으로 깊이 내리뻗은 협곡절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처음 출렁다리를 건널 때는 알지 못했지만 Viewpoint에 가서 보니 바로 다리 아래에 Measach Fall이라는 이름의 꽤 길쭉한 폭포수가 참 절경이었다.  협곡이라서 가까이서 보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지만, 돌아오면서 그 폭포수가 떨어지는 모습을 위에서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인지 전망대는 maximum 6명으로 제한이 되어 있었고, 출렁다리 또한 무게 제한 때문인지 몰라도 6명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어느덧 11시 30분 정도가 되어, 점심을 울라풀에서 해결하고 갈까 고민하였지만, (아침도 안 먹은 상태..) 미리 사놓은 오트밀바를 먹으며 오늘의 주 목적지인 Stac Pollaigh (스탁 폴라이그)로 향하였다. 이 근방에는 하이커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많은 산이 있지만, 대부분이 편도 15km 이상이기 때문에 하루 꼬박 투자를 해야하는 반면 오늘 가는 산은 2~4시간 안에 다른 곳과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하였다. 때마침 하늘도 오늘 등산을 마음껏 즐기라고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하였고, 울라풀을 지나치자마자 등장한 웅장한 산들과 호수들의 모습에 자연스레 텐션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역시나 인기가 있어서 그런지 주차장은 만차였고, 한 2개 정도의 Passing place (single road에 있는 쌍방향 운행이 가능한 장소) 인근에 갓길에 다른 차들이 있길래 꽁무니에 대고 하이킹을 시작하였다. 1시간 반 정도의 등산은 쉼없이 오름의 연속이었다. 이 곳 산의 대부분은 산줄기라던가 능선 이런것 없이 봉긋 솟은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정상에 가려면 비탈진 등산로를 지그재그로 올라가야만이 가능하다. 그래도 이 곳은 돌로 만들어진 등산로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정상에 오르니 마치 세상의 끝에 다다른 것만 같았다. 발 밑으로 호수와 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으며, 저 멀리 북대서양이 보이고 있었다. 스탁 폴라이그는 두개의 정상지점이 있고, 서쪽에 있는 것이 살짝 높고 바다쪽과 가까워 전망이 더 좋다고는 하지만 동쪽 정상에서부터 서쪽으로 가기에는 상당히 숙련된 암벽등반가가 아니면 하지 말라고 한다. 쓸데없는 객기가 생겨 하산하기 전에 도전이라도 해보자하고 발걸음을 떼었다. 약 30분정도 시도해서 가보았지만 깎아지른 절벽 위에 좁은 길을 가야하는 곳을 보고 결국 포기하고, 그곳에서의 경치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가야했다. 돌아가면서 또다시 길을 잃어 엉금엉금 네발로 바위를 타고 나서야 원래의 장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울라풀은 Outer hebrides 제도로 나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항구이기도 해서, 페리터미널을 통해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그래서 규모가 있는 도시였다. 그래서 숙박을 위해서는 이 곳에 머무는 것이 가장 무난하기도 하다. 다른 것보다 울라풀이라는 어감 자체가 속으로 되뇌일 수록 기분좋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저녁 때가 되자 sea stack이라는 테이크아웃 음식점을 갔는데, 고평점답게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나는 주문한 Haddock wrap과 spicy fish soup (대부분이 주문하는 고정메뉴)을 먹으면서 오늘 제대로 먹는 첫끼라서가 아닌 정말 보드라운 대구살과 해물탕 먹는 느낌의 수프에 감탄을 하였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나서 소화를 시키기 위해 바닷가쪽을 산책하다가, 의자에 앉아서 경치를 감상하다가 시간을 보내던 중,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지금 돌고래 보이지? 첨벙거리는거."

 

  돌고래?! 뭔가하고 자세히 바닷가를 살펴보니 잔잔한 바닷가 위로 무언가 잔물결을 일으키며 지느러미 비슷한게 보였다. 정말 돌고래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에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천천히 저물어가는 해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옆 오토캠핑장에서는 누군가가 연주하는 기타소리를 들으며..

<Rogie Falls>

 

<Corrishalloch Gorge>

 

<Stac Pollaidh>

 

<Seafood Sh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