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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nited Kingdom

End to enders: 오크니 (Orkney) 2 - 역사 그 이전의 시간으로의 여행

스카라 브레는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다른 문화재들과 마찬가지로 미리 시간을 정하고 예약을 해야했기에

여행일정은 그 시간에 맞춰서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 

스카라 브레가 오크니 여행에 빠져서는 안될 곳이니 그렇기도 하다. 

(오크니 자체가 섬이 큰 편은 아니지만 효율적인 동선을 위해서..)

 

시간대별로 사람을 받다 보니 드문드문 사람이 보였다.

하지만, 입구에서 한팀씩 표를 받고 어떻게 이동하는지 설명해주느라 

(One-way 시스템이기 때문이지만 그냥 화살표만 따라가면 된다.)

약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이어진 전시관을 거쳐서 밖으로 나오면 유적지로 가는 길이 나온다.

가는 길에는 타임슬립 느낌을 내려는듯

시간 순으로 유명한 사건이나 건축물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끝에 바로 스카라 브레가 있었다.

 

스카라 브레는 기원전 3000여년 쯤 지어진 대표적인 신석기 유적지이다.

암사동 유적지가 기원전 4-5천년 전쯤 지어졌다고 하고,

제주나 양양에서는 그것보다 조금 오래된 유적지도 있어서

굳이 스카라브레라고 싶을 수도 있지만,

여기가 영국의 가장 오래된 신석기 유적지이면서도

유럽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잘 보존된 유적지라고 한다.

 

이 유적지가 드러나게 된 건 정말 우연인데

1850년쯤 강풍에 의해 모래톱이 씻겨나가면서 유적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발견된 당시 너무나 잘 보존된 유적이어서

이게 과연 신석기 시대 유적이 맞나 싶었지만

방사성동위원소 확인 결과 맞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몸으로 체감하고 있지만 강력한 바람이 불어닥치는 이 동네에서

스카라브레는 돌로 켜켜이 쌓은 동굴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

비록 지붕은 다 날아가서 없어졌지만 그 때 당시에는 존재해서

집과 집사이를 오갈 때도 천정이 있는 통로로 왕래가 가능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집 내부의 선반이나 침대 등도 다 돌로 만들어졌고,

집 내부 터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밖으로 나오면 최초로 스카라 브레를 조사했던 사람들을 위핸 Skaill house가 있는데,

여기는 거주하던 사람이 귀신을 실제로 봤다고 한 이야기가 있다고 전해진다.

딱히 관심도 없고,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한다기에 다음 장소로 이동하러 나왔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Ring of Brodgar (브로드가 열석)이다. 

기원전 2600-2400년 즈음에 지어져서

스톤헨지와도 흡사한 이 곳은 넓다란 판석이 동심원을 그리며 세워져 있는데 (환상열석), 

주 입장로가 막혀있어 내부로 입장이 안되나 싶었지만,

한 바퀴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샛길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와볼 수 있었다. 

 

다른 가이드의 설명을 빌려본다면

이 곳은 고대 시대의 나이트클럽과 같다라고 표현된다지만

그 구조물들의 본래 목적은 종교적인건지 아니면 단순 축제를 위해서인건 아직도 불분명하다. 

한 편으로 어떤 이들은 이 곳이 천문 관측소의 역할도 했을 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뒤로하고

말라버린 이끼들이 붙은 돌들은 대답이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한 아저씨가 돌에 기대 멍하니 명상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저 이곳이 범상치 않은 곳이리라 생각만 할 뿐.

 

링오브 브로드가에서 조금만 차로 이동하면 바로 나타나는

Standing stones of Stenness (스테네스 선돌)이다.

이 것도 브로드가 환상열석과 비슷한 느낌인데,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원래 이 선돌이 먼저 

고대인들이 모이는 장소 역할을 했었는데

인구 숫자가 증가하게 되면서 크기에 한계가 있어서

브로드가 열석을 크게 새로 지은게 아닐까라는 추측도 있다. 

주변에 해자처럼 깊게 파인 웅덩이가 있어 다가가기 어려운 링오브 브로드가와는 달리

평평한 대지 위에 서있는 이 곳은

사람뿐만 아니라 양들에게도 다가가기 쉬웠다본지

곳곳에 양들의 흔적이 가득하였다. 

흔적들을 피해 깊은 역사의 파편 속을 빠져나와

점심을 해결할 겸 오크니의 중심지인

커크월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