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미국에서 에너지 관련 지정학자로 많은 저서를 쓰고 있는 피터 자이한의 책을 읽고 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결지어 생각해볼만한 점이 있는 것 같아 글을 써본다. 읽고 있는 책은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Disunited Nations)'라는 책으로서 앞으로 닥쳐올 대전환의 시기에 대해서 자이한은 내다보고 있는데 일부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참고할 만한 책이다.
냉전이 끝나고 미-소 경쟁은 미국과 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에 맞춰서 세계는 미국과 서방세계의 방식과 가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일극체제에서 성공적으로 외교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 특히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까먹은 시간은 다른 강대국들이 힘을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주도의 세계는 이제 끝나고 새로운 국제질서로 나타나게 될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가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자원, 식량 등등이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로 서방세계의 목줄을 죄는데 성공하고 있다. 기존 보급라인이 끊겼지만 중국이나 인도 등을 통해 오히려 에너지 수출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런 전략적 움직임은 앞으로 부상하게 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각 대륙의 대국들이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수록 각종 자원을 두고 전세계는 합종연횡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는 전기 공급, 난방, 운송 등 직접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21세기가 되면서 환경 문제가 쟁점화되고 2010년대에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서유럽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협조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화석연료배출을 줄이고 점차 재생에너지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자 하였지만, 당장 시급한 지금 상황에서 모두들 내려놓고 말았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반대 정서는 심각하였지만,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 준다던가. 이제 다시 값싸고 효율적인 원자력 에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좋아보이는 무언가를 누군가가 먼저 시작하게 된다면 모두들 그를 따라하는 것이 당연하다.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더이상 수입이 되지 않자, 독일은 화석연료발전으로 다시 회귀하겠다고 경제 부처에서 밝혔다.
이제 다들 친환경이니 뭐니 그간 교토, 파리 의정서들로 이뤄놓은 것들은 모두 폐기되고 너도나도 다시 화석연료발전에 나설 것이다. 이는 각자도생의 세계로서의 진입에 대한 시그널이고 국제 거버넌스는 다극적으로 바뀌어 제각기 체결한 협정에 의해 이 세계는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트럼프 시대 미국은 1차세계대전 때처럼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급등하는 유가로 인해 환경 문제로 통제를 해온 셰일가스 채굴에 대한 정책을 변경함과 동시에 최근에는 연료 수출 제한까지 검토하는 모양새다.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2/06/17/SFWGO5KGBZFJXGTUKVUXOFLVBI/)
이제 고립주의, 탈세계화, 보호무역주의로 대표되는 질서를 많은 국가들이 추구하기 시작했다. 식량 문제가 발생하자 인도는 밀이나 설탕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인도네시아도 일정기간 팜유의 수출을 통제하기도 하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경향이 등장하고 나서 이번 전쟁을 기점으로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출이 중요한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세계의 질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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