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은 지구 상의 문명이 시작된 곳이다.
아프리카에서부터 인류의 기원이라는 것이 나타나고 대이동을 통해 대륙 곳곳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는데, 인도의 갠지스, 중국의 황하, 이라크의 유프라테스 지역에서 문명이라는 것이 발원한 것이다. 특히, 인도나 중국은 영토의 크기나 인구 등 잠재력이 큰 나라들인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이들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 미국의 외교전략의 기반을 수립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그랜드 체스판'이라는 저서를 통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만한 세력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미국의 지배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려면 현재 수정주의 국가이자 대국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서로 협력하지 못하도록 일관된 전략을 발휘했어야 했다. 근 10년 간 러시아가 숨고르기하고 있을 때,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는 협력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NATO의 확장은 러시아의 반발을 촉발시켰고, 미국은 사실상 러시아-중국의 협력을 용인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말았다. 양 국은 넓은 땅덩이를 가지고 있어 자원도 풍부하여 미래 에너지 경쟁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최근 몇몇 뉴스를 살펴보면 '반미'를 기치로 미국의 연합전선에서 이탈하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번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인도는 러시아의 천연자원을 값싸게 수입하여 경제적 협력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아래 뉴스에서 볼 수 있듯이 인도는 러시아의 원유를 3.5배 더 수입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남북운송회랑 (international north south transport corridor) 이라는 물류 통로를 개설하여 러시아와 인도의 공고한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고 한다. 수에즈운하를 우회할 수 있는 이 경로를 위해 러시아, 인도, 이란은 이미 2000년 협정을 체결하였다. 그간, 이란의 핵무기 개발 등으로 인한 미국의 제재로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이 사업이 다시금 부활하고 있다. 이 회랑에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등도 적극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카스피해의 자원 역시 이 회랑을 통해 연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India's Russian imports up 3.5 times on oil buys despite Western pressure
It's now the 4th largest petroleum supplier for India with exports worth $1.3 bn in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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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6.23-24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담' (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시장질서에 반하는 경제적 협력을 추진하고 대응하자고 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러시아, 인도, 중국은 이번 전쟁으로 인해 어느 정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가운데, 브릭스를 비서방세계의 주요 그룹으로 성장해 나아가려는 것으로 이번 회담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래서 브릭스에 더해 신흥시장국가 및 개발도상국이 이번 회담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다만, 중국과 인도의 경우는 아직도 국경충돌을 벌이고 있는 상태이며, 인도는 쿼드에 가입되어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도는 지난 5월에 있었던 쿼드 정상회담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던 상태로 인도를 필요로 하는 미국에 대해 몸값을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중국-인도 세 나라가 힘을 합치게 되는 순간 지정학적으로 하트랜드와 림랜드의 핵심지역에 놓인 세력은 엄청난 파워를 발휘할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러시아판 다보스'라고 불리기도 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회담에서 러시아와 사우디의 밀월관계도 점차 커지고 있다. 러시아 석유수출은 통제를 걸어놓고 미국은 국제적인 석유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그 다음 생산량이 많은 사우디를 달래려고 하지만 사우디로서는 이러한 호재를 놓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카슈끄지 살해로 국제적인 비난을 퍼붓던 미국를 좋아할리 없는 '사우디의 실세' 빈 살만 왕자는 러시아와의 석유 동맹을 맺을 것이 커 보인다. 이로 인해 국제적인 석유 수급도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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