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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Video

더 레커닝: 마녀사냥과 정의감

넷플릭스 추천작으로 뜨길래 무심코 본 '더 레커닝 (The reckoning)'.

주말에 알쓸인잡에서도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았기 때문에 손이 갔었나보다.

 

제목의 뜻은 심판이라는 뜻으로 얼핏보면 마녀사냥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마녀를 심판한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면 오히려 남편을 죽였다는 소문으로 마녀로 핍박받게 되는 주인공이 시련을 견디고 마녀사냥을 핑계로 원하는 것을 챙기려는 일반적인 사람들, 그릇된 신앙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심판관들을 반대로 '심판'하는 영화이다. 마녀임을 자백하기 위해 가해지는 신체적 고통으로 인해 주인공은 밤마다 남편과 악마의 환영을 만나며 정말로 자신이 마녀가 아닐까 혼란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진실을 지켜나간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인 그레이스 하버스톤이 마녀로 지목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녀의 남편이 역병으로 죽고 나서 지역 지주인 스와이프는 그녀를 가지려고 하다 실패하자 그럴 듯한 핑계로 마녀가 아닐까 의심을 퍼뜨리고, 마을 사람들은 이를 부풀리며, 부풀린 이야기를 끝으로 스와이프는 그레이스를 마녀로 고발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소문이 희생자를 만들어나가는 순간이다. 뿐만 아니라, 악독한 종교재판관으로 등장하는 무어크래프트 (그레이스의 어머니도 마녀로 심판하고 화형을 시킨 전력이 있다.) 역시 위기에 닥치자 평범한 인간임을 보여주는 영화 속에서 무엇이 도대체 그들을 그렇게 광기로 몰아넣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알쓸인잡'에서 마녀사냥에 대해 이야기를 한 걸 기억해보면,

1. 마녀사냥이 성행하도록 부추긴 도서 '마녀잡는 망치'를 쓴 하인리히 크라머는 인스부르크의 종교심판관으로 있으면서 다수의 여성을 논리 없이 마녀로 고발하자, 비난을 받게 되고 대주교로부터 추방당하게 된다. 크라머는 복수심으로 '마녀 잡는 망치'를 저술하여 마녀사냥이라는 광풍을 부추기게 된다.

2. 이 때 등장한 구텐베르크의 활자술이 도서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게끔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3. 마녀사냥이 성행한 것은 반대로 인간의 욕망이 투영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녀사냥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겼던 것인데, 마녀로 지목받아 죽은 사람의 재산을 

4. 많은 여성 지식인들 (당시 약초학 등으로 치료에 정통하였던)이 마녀의 표적으로 죽임을 당하여, 관련된 지식전달이 단절되게 되었다. 

5. 이러한 이야기 끝에 김영하 작가가 이야기한 '정의감'이라는 단어에 나는 주목하게 된다.

    민중에게 '정의감'이라는 것을 조금만 부추기면 그 정의가 잘못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정의에 이반되는 것들에 분노하고 돌을 던진다. 다음웹툰 중에 '구원'이라는 만화에서도 이런 잘못된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인류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카피는 인간과 다르게 붉은 눈을 가지고 있다. 빠른 속도로 카피는 퍼져 인간세계에 동화되었고 인간과 카피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이었지만, 국가 권력을 잡으려는 어떤 사람의 계략으로 인해 인간은 카피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이 커져 '카피퇴치운동'이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여기서도 민중들은 권력을 잡으려는 한 인간의 거짓된 선동을 정의로 착각하게 된다. 마치 '마녀'를 잡는 것이 역병과 가난에 신음하는 자신들의 사회를 안정시키는 정의인양 믿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1차세계대전 후 경제공황, 배상금 청구 등으로 피폐해진 독일인들은 갑자기 등장한 나치당의 주장을 '정의'로 생각하고 지지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말도 안되는 잘못된 주장을 동조한다. 이렇듯 사회가 힘들수록 사람들은 작은 정의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이 것만이라도 지켜야만이 나의,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이 되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녀사냥 이야기처럼 인간의 욕망들이 모여 그려낸 것을 정의라고 하는 것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