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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Korea

조선, 병풍의 나라2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신용산역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하는

조선, 병풍의 나라2 전시회를 보고 왔다.

2018년 첫번째 병풍 전시회를 열고 나서 5년만에 다시 여는 전시회라고 한다. 

제목에서 처럼 조선시대에서부터 현재까지 병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전시회이다.

(일제강점기 시대 우리나라 화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병풍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입장료는 1인당 15,000원!

아모레퍼시픽빌딩 1층에 있는 전시관으로 입장하면, 지하에 전시실이 펼쳐져 있다.

어플로 이용한 도슨트를 통해 각 전시물에 대한 소개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는데,

이 덕분에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병풍은 문자도 8폭병풍이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인 이 병풍은

효(孝) ·제(悌) ·충(忠) ·신(臣) ·예(禮) ·의(義) ·염(廉) ·치(恥) 등 여덟 글자를 희화(戱畵)

한 것으로 19세기 때 제작된 유교적 윤리관과 삼강오륜 사상이 반영되어 있는 그림이라고 한다.

내가 본 병풍에는 다양한 새, 물고기 등이 글자체의 하나로서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었다. 

이러한 생명체들은 각각의 글자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이한 것은 '신' 글자에 평창올림픽에서 나와 화제가 되었던 인면조 비슷한 것이 있는게 아닌가!

여기에 나타나는 인면조는 믿음을 나타내는 청조를 뜻한다고 하는데, 

청조는 주로 인면조의 형태로 표현한다고 하니 오래전부터 실재했던 인면조의 모습이 신기로웠다. 

그 옆에는 화조도로 꽃으로 글씨를 표현한다고 하는데 

여덟 글자이니 효제충신예의염치겠지만 도무지 그런 글씨임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후의 병풍들을 통해 그 시대 사회상이 정교하게 묘사되었음을 알수 있었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한 인간의 성공시대를 표현한 작품이라던지

(어린나이 결혼→과거급제→계속해서 벼슬아치가 됨)

호랑이 사냥을 하는 청나라 사람들의 모습

정조시대 수원 화성에 행차하기 위해 한강에 배다리를 놓는 모습,

혜경궁 홍씨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 등 여러 모습을 사진처럼 잘 꾸며놓았다. 

세세한 붓터치를 통해 동작이나 표정, 옷매무새 등을 이 커다란 병풍에 

자세하게 표현했던 선조들의 그림 실력이 새삼 놀라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백과사전처럼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준 '백수도' 역시 아름다웠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 뿐만 아니라 환상의 동물인 '해태' 등의 모습도 보였다.

전시장 중간에 앉을 수 있는 곳과 도록을 읽을 수 있도록 비치해놓아서 잠깐 쉴겸 도록을 읽으며

그림들의 해설을 다시금 읽으며 음미해볼 수 있었다. 

(참고로 도록의 가격은 55,000원)

 

유명한 조선시대 화가인 장승업의 홍백매도 10폭 병풍도 이번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다.

매화를 표시한 붓터치가 마침 봄을 두드리는 매화 봉오리 그 자체인 것만 같았다. 

살 수만 있다면 집에 두고 싶은 병풍들이 참 많았고, 이 것이 바로 조선시대의 멋과 같다고 느껴졌다.

 

창경궁에서 보았던 일월오봉도를 여기서도 만날 수 있었다.

왕이 정사를 보는 곳 뒤편에 있는 병풍인데 말 그대로 달과, 해 그리고 다섯 개의 봉우리를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은 그림 자체로는 완성된 것이 아니고 왕이 앞에 앉아 있어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왕이 죽을 때도 같이 묻힌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일월오봉도들은 복제품인가,

아니면 누구의 것이었던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호피도나 다른 좋은 작품들도 있지만, 나는 지도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관심있게 본 작품은 바로 곤여전도이다.

고녕전도는 벨기에 출신 예수회 선교사 페르디난트 페르비스트가 평사도법으로

동반구와 서반구를 나누어 그린 최초의 양반구형 세계지도라고 한다. 

북경에서 초판본을 제작하여 한자로 지명이 상세히 실려있는데,

평사도법이라는 설명이 왼쪽에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이 참 신기했다.

(한자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림을 보니 투영법을 설명하는 듯 하다.)

전시회를 다 보고 기프트샵에 들렀는데

가장 이쁜 것은 역시 고양이 엽서가 아닐까 하며,

알찬 병풍 전시 관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