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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오송역: 이상한 분기역의 비밀과 오차수정의 길



  철도에 조금 관심이 생긴 뒤로 가장 눈여겨 보던 작가인 전현우의 올해 새로 발간한 책 '오송역'을 읽었다.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지만 철도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릇된 정책결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낙인 찍혀있는 오송역 호남고속선 분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전 저작물였던 '거대도시 서울 철도'나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에서도 철도와 미래 환경에 대한 거대한 주제를 세심하게 잘 풀어냈던 작가셔서 그의 철도 3부작의 외전이라고 하는 '오송역'은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가 되었다.

  오송역을 이용하는 호남고속선 손님들은 책에서 표현한 그대로 '불만의 여행'을 하고 있다. KTX 요금이 이동거리당 요금으로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승객들 입장에서는 시간과 금전 모두 손해를 보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가는 이런 불편한 결정을 초래한 오송역 결정과정을 역사적인 유래를 쫓아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제안을 '오차 수정'이라는 표현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오랜 과거의 인구, 도시 발전, 지형 등을 고려하여 철도망이 부설된 배경을 설명하는데 이게 참 흥미로웠다. 경부선이 놓였을 때 경주로 우회하는 것은 포항, 울산의 수요를 고려했다고 한 것은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충북 최대의 도시인 청주를 지나치지 않는 것은 왜였을까에 대한 설명을 명쾌하게 풀어내주었기 때문이다. 철도가 부설되었을 때는 수로를 이용한 물자 수송의 중요성이 아직 높던 시기였고, 그렇기 때문에 선로 선정시 금강 수로에 닿게끔 하다보니 부강 지역을 지나는 방향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추풍령이 소백산맥을 넘을 때 선로의 누적고도가 가장 낮은 곳이었기때문에 기술적 문제가 효율성을 고려하여 청주를 비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청주 지역은 충북선이 부설되어 '교량선'으로서의 또다른 기회를 모색하였고, 이 것이 'X축 균형 발전'으로, 그리고 오송역 분기의 씨앗이 된다.

  오송역이 결정된 배경은 지방자치가 활성화되어가던 시기로서 지방균형발전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때였다. 당시 충북은 청주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되어 있던 곳이었기 때문에 목소리를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었던 반면, 충남 지역은 뒤이어 이야기할 행정수도 후보지도 여럿이었던 것을 비롯하여 천안, 대전 등으로 세가 분리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 기존의 서울 중심의 경부-호남축 발전에서 국토를 X자로 발전 시켜야 한다는 것이 몇몇 연구원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X자의 중심에 오송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고로 논리가 전개된다. (오송역으로부터 충북선이 '강호축' (강원 호남축)의 북동지역을 연계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광업이 활성화되던 시기 강원도의 광물 자원을 수송하는 목적으로 활용되었던 충북선이 지역균형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지금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충북 지역은 대전, 충남, 호남, 강원 등과 합종연횡을 하면서 정책적으로 오송역 선정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었고, 마침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이야기가 탄력을 받으면서 '세종시-오송역' 복합체가 등장하여 세를 더욱 얻게 된다. 일종의 행정수도 관문역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노선으로 보았을 때는 더욱 합리적으로 보이는 천안 지역은 수도권 연담화라는 논리로 지지세를 많이 얻지 못하였다.) 또한, 정치적으로 당시 충청도는 보수-진보 정당의 성패를 결정짓는 캐스팅보트로 양쪽 모두의 주목을 받는 곳이 되어왔고, 정당은 너나할 것없이 충북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렇지만 오송역은 정책적으로 기대했던 것의 성취를 현실적으로 이뤄내지 못했다. 호남선 승객들의 불편도 불편이지만 세종시와의 연계성, 청주시와의 연계성도 어정쩡한 상태로 만들어진 것이다. (오송역에서 세종시까지 가려면 버스로 30분, 청주 가경터미널까지도 2-30분 소요된다.) 그리고 오송역 주변도 도보권으로 활성화된 상권이 발전되었어야 하는데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주차장 뿐인 현실이다. (광명역은 그래도 시간이 걸렸지만 주변은 확실하게 발전하였다.) 그리고 충남의 요구에 의해 또다른 어정쩡한 역인 공주역 건설로 이어져왔다.

  그리하여 저자는  오송 분기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한 '오차수정'의 방법을 제시해본다. 근본적으로는 행정수도인 세종에 철도망을 놓는데 오송과 세종을 있는 직결선과 세종과 대전 북부 반석 지역을 있는 직결선을 신설하여 충청도 광역철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은 오송역은 충청도 경계에 위치한 역으로 남고, 세종역이 중심으로 되는 방향으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지방자치의 시대이고 국회의원도 선거구마다 선출되는 현재의 정치체제에서 지방의 목소리를 정책에 올바르게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오송 드리프트'라고 비웃음을 당하기도 하는 오송 분기의 정책적 결정과정을 담담한 어조로 분석한 작가의 통찰력을 통해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이미 벌어진 정책의 수정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고 하지만 새로 들어올 소들을 생각하며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