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문화탐방구간 1코스 (삼릉 ~ 용장) 등산 후기
경주에도 즐길 산이 참 많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가장 시내와 가까운 경주 남산에 방문해 보았습니다.
남산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동서남북으로 매우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문화탐방구간 1코스, 삼릉에서 용장리 구간을 다녀왔습니다.
이 코스가 가장 좋은 이유는
1. 남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금오봉에 가장 가깝다는 점
(그래서 금오봉만 찍고오는 분들도 많으시다.)
2. 문화탐방코스로 지정된만큼 다양한 불교문화재를 접할 수 있다는 점
3. 삼릉 앞에 서남산 공영주차장이 크게 있어 차량 주차하기 편리하다는 점
(주차비는 2,000원)
4. 용장리 방향으로 하산하더라도 용장과 삼릉사이에 시내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약 3km 구간을 버스로 이동해서 복귀가 가능하다는 점
5. 다른 코스는 가보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코스가 아주 잘 닦여있다.
(용장리 3층석탑 이후에 약간 험한 구간이 있긴 하다.)
으로 들 수 있겠다.
올라가면 바로 삼릉을 만나게 되는데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로 지나가지 않고,
삼릉 옆으로 지나가도 어차피 합쳐지기 때문에 한 번 훑고 지나가도 상관없다.
삼릉은 8대왕 아달라 이사금, 53대왕 신덕왕, 54대왕 경명왕(추정)의 능이 모여있는 곳이다.
신문왕릉 문무왕릉 같이 오롯이 하나의 능으로 이루어진 왕묘와는 다른 점이 특이하긴 하지만
이 왕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박씨 왕이라는 것이다.
등산로에 접어들게 되면 삼릉계공에 위치한 마애관세음보살입상, 석조여래좌상 등이
길가 또는 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어 보기 참 좋았다.
일부는 목이 없기도 하고, 커다란 바위에 그려진 모습은 이제 닳아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당시 남산이 신라인들에게 어떠한 곳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었다.
오르막이 계속되는 등산로와 서서히 따뜻해지는 날씨로 땀이 비오듯 흘렀다.
해발은 얼마 높지 않은 산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산이었다.
금오봉이 약 1키로 남짓 남은 가운데 상선암을 먼저 만났다.
산 중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암자였다.
그러나 상선암을 지나 비로소 능선에 다다르자,
저멀리 경주시내서부터, 경주를 에워싼 능선들과 그 속에 담긴 평야를 바라볼 수 있었다.
탁트인 주변을 보니 그래도 오를만큼 올랐구나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한 게 그전에 남산에 대한 사진을 검색해보면
일출 또는 일몰과 조화를 이루는 삼층석탑 또는 바위에 그려진 부처상의 모습이었는데
그건 대체 어디있는지 참 궁금했다.
금오봉으로 가는 길에 그 자취를 조금이나마 마주질 수 있었다.
능선에 간판만 있고 불상이 보이지 않길래, 어디있는지 옆에 아주머니와 두리번 거렸는데,
저 아래 불상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름은 마애석가여래좌상이고 올라가면서 길이 통제되는 바람에
가까이서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남산 등산 안내도에서도 "내려다 볼 수있다"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제 금오봉에 도착할 차례이다.
금오봉은 소나무에 둘러쌓여 오히려 여기서는 주변의 경관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뒤 편에 용장리 방향으로 향하는 능선을 계속 걸었다.
네이버 지도 상에도 여기에 남산순환로라는 도로가 표시되어 있어,
차량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인지 자뭇 궁금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그 순환로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마치 군대에서 사용하는 훈련장 수준의 임도였었는데,
일부만 정리되어 있는 상태로 여기에 차를 가지고 왔다간 낭패일 것 같았다.
(입구부터 국립공원공단에 의해 통제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용장리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3층 석탑이다.
3층석탑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자리하여
멋진 풍경을 제공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사진을 하나씩 찍고 내려갔다.
처음 상선암 위에서 만난 전망대처럼 이 내려가는 구간의 전망도 볼만했다.
조금 더 내려가면 석조여래좌상이 높은 기단 위에 놓여져 있는데
이렇게 지상에서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좌상도 목이 없었다.
왜 이렇게 불상들의 목이 없는 걸까?
조선시대에 숭유억불 정책에 의해 불상들이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고,
경주에 놓여있는 단층대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불상에서 가장 약한 부분일 수 있는 목이 떨어져 나간 것일 수도 있다.
내려가는 길은 계곡과 만나 평탄하게 용장리까지 이어졌다.
나와 같은 1코스를 타려는 사람은 용장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여기는 주차비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내려가면 버스를 탈 수 있겠지, 기대를 했는데 왠걸..
버스가 오지 않는데다가 같이 기다리던 동네 아주머니는 한참 늦게 올 것 같다고 걱정인 것이다.
그래서 아주머니께 삼릉까지 가려면 걷는게 나을지 물어보니,
차라리 그게 나을 것이라고 하였다.
내려오면서 경주버스는 핸드폰NFC 태그로 결제가 되려나,
버스에 타려면 마스크가 있어야 하는데 가져왔는지,
이런 생각들이 모두 잡다한 걱정이 되버린 것이다.
남은 3km... 열심히 걸어서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산이 좋았던 이유는 많지만,
그 중에 하나는 소나무가 참 많았다는 것이다.
능선에 올라도 간혹까지 한그루씩 멋진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의 모습은 산아래 넓게 펼쳐진 경주의 풍경과 잘 어울렸고,
칠불암이라던지 다른 남산의 코스도 궁금해지게 만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