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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nited Kingdom

St. Andrew Day Trip 세인트앤드류스 여행

여행정보를 알려준다는 목적보다는 저의 여행기록을 작성하는 공간입니다.

여러분이 공유하는 기록을 읽으면서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19년 1월 여행

 

세인트 앤드루스는 에딘버러에서 던디 방향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도시로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1410년)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이 유명하다. 윌리엄 왕자가 이 대학 출신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덧붙여 골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오고 싶을 골프의 발상지 'Old Course'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다행히 바로 갈 수 있는 버스가 터미널에 있어서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게다가 기사님이 학생인지 물어본 뒤 학생요금으로 타라고 하여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국제학생증 같은 것을 만들지 않아서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그냥 학교 학생증만 있더라도 할인이 가능한 곳이 있는걸 보면 일단 학생 신분임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인트앤드루스 역시 명성에 비해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하루 느긋하게 보내기 좋은 곳이다. 다만 인접한 기차역이 없기 때문에 에든버러나 글라스고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편리할 것이다. 여행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반나절만에 돌아다녀도 충분하다. 다녀온 경로는 아래와 같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West sand beach) → 대성당 → 항구 (East sand beach)

 

버스에 내려서 올드코스로 가는 길에 해수욕장 같이 넓은 바닷가가 보여 무심코 내려갔다. 바로 West sand beach. 오늘따라 매서운 바람은 그대로지만 한국보다 춥지 않은 포근한 느낌에 천천히 걸으면서 올드코스로 발길을 내딛었다. 골프장은 지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상당히 큰 면적인데, 이곳에서 골프를 치고 숙소를 잡기 위해서 꽤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골프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기 전 한번 라운딩하고 싶다는 곳이 이 곳이라니, 거센 바람과 마주해야하는 이 곳은 무엇보다 스스로 자연과 싸워야 하는 곳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영국와 아일랜드의 고유의 링크스(links) 코스는 자연 그대로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코스들이라서 울퉁불퉁한 구릉이 아주 많았다. 이따금씩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군데군데 사람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 골프코스의 포인트는 아래 사진에 나온 스윌컨 브릿지 (Swilcan Bridge)인데 브리티시 오픈을 포함한 이 곳에서 열린 대회의 우승자는 이 다리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알려진 이 곳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18번홀에 가까운 이곳은 은퇴하는 골퍼들이 마지막 홀을 마치고 사진을 찍는다고도 한다. 이걸 찾기 위해 생각없이 돌아다니다가 깊숙한 곳까지 돌아서 나와야했다. 다행히 대회가 없어서 그런지 그린 위를 걸어도 아무도 제재하는 사람이 없어서 실컷 코스 위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오히려 이 다리는 시내와 가까운 쪽에 있었고, 도착하자 어느덧 구름이 걷히고 사진찍기 좋게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점심이 되어 시내에 Waffle company라는 곳에서 식사를 한 후, 세인트앤드루스 대성당으로 이동하였다. 대성당은 폐허만 남아있었는데 16세기경 프로테스탄트들에 의한 약탈 및 공격으로 파괴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성당을 둘러싸고 있는 묘지 사이를 거닐면서 왠지 모르게 차분해졌다. 영국에 있는 묘비들은 특별히 그 묘지의 주인을 나타내는 조형물을 놓기도 하는데 어느 한 묘비는 골프를 치고 있는 사람들 부조해놓아서 뭔가 '세인트앤드루스'에 걸맞는 묘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사람에 대한 추억을 보다 더 자세하게 기억하기 위한 이 곳 사람들의 가치관이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의 산소를 보기만 해도 족보에 맞게 가장 위에는 고조할아버지 그 아래 증조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예법에 맞게 그랬던 것이지만, 죽어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기억하기 보다는 그 족보에 얽매여 있는 것 같다. 요즘은 묘지 부족 등의 이유로 주로 화장 후 납골당에 모시는 경우도 많던데, 사실 납골당을 갈 일이 없어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같은데서 보면) 그 안에도 사진이라던지 그 사람이 좋아했던 것도 넣어주는 것 같아서 조금은 나아진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러한 이 곳 사람들의 죽은 자를 기리는 모습이 모인 공동묘지의 독특함 때문에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 중에 일부는 특별하게 공동묘지를 들르는 사람도 있다고들 한다. (마치 로컬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시장에 방문하는 사람과 같은 것일지도.) 대성당을 가로지르다 보면 방파제가 길게 나있고 그 맞은 편에 또다른 백사장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곳이 바로 East sand beach이다. 해가 떠서 그런지 1월임에도 불구하고 서핑을 하기위해 어린 아이들이 바닷물 위로 머리만 삐죽 내밀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바람을 막아줄 방파제 뒤편 벤치에 앉아 우연찮게 저물어가는 해를 정면으로 바라다 보며, 좋은 refresh였다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