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가장 많은 나라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나라로서 국경선 획정을 통한 영토분쟁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나라이다. 지금 대만이든 남중국해든 팽창하려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 늘 중국은 공세적으로 주변지역으로 팽창하려고 했었던 것 같으나 실제 역사적으로 볼 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러시아가 구소련 국경으로 조금씩 발을 내딛는 것과 다르게 중국이 청나라 국경을 역사적 근거로 주변으로 영토 확장을 야금야금 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의견이다.
내부에 상황이 여유가 있는 경우 공세적으로 나가고 (내부적 위협이 등장)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저자세로 국경선합의를 해나갔다. 그러면서 절대 놓치지 않는 것은 중국 지도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핵심이익이다. 지금도 미-중 분쟁 간 종종 중국으로부터 핵심이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데, 테일러 프레이블이라는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이 인접국가와 영토를 다루는데 있어서 어떠한 기준으로 외교전략을 수립했는데 시대별로 살펴보고 있다.
그 예로 1960년대 초 티베트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을 때, 저우언라이는 주변국들과 히말라야 일대 국경선을 합의하려고 전면에 나타나게 되었고, 미얀마, 네팔에 상당부분 양보를 해 주었다. 과거에는 상대국의 영토 협정 요구에 대해서 들어주지도 않던 중국의 태도변화를 일으킨 동인은 도대체 무엇이었던 걸까? 그것은 바로 국내 사정의 변화였다. 내부의 영토(티베트)가 불안정해졌고 인도가 이러한 빈틈을 파고들어 국내 정세 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발생하여 중국은 적극적으로 주변 국가들과의 국경 획정을 통해 안정화를 꾀했다. 동시에 자신들의 티베트 영유권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네팔에서는 티베트 저항세력의 처리를 위한 군사작전을 하는데 허가를 받는 것을 영토 양보를 통해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1962년 대약진 운동 후유증과 변강 지역의 소요사태에 따른 체제 불안정성이 증대되었을 때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영토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했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하는데 당시 신장지역은 소련의 영향력으 큰 지역으로 10만여명의 소련시민이 거주했던 곳이고 중앙정치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신장이든 티베트든 중국의 미래를 위해서 잃어서는 안되는 핵심지역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접경국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던 것이다. 1990년대에서도 천안문사태 등으로 내부 불안이 심화되고 신장지역의 폭탄테러 등 불안정성 증대 등으로 인해 접경국가에 대한 유화정책을 펼쳤던 것도 눈여겨볼만 한다.
또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랜드파워(Landpower)에 대한 압력을 다방면으로 받게 되면 힘이 분산되어 집중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하여 한쪽이 불안정하게 되었을 때는 다른 지역을 안정화시키려고 완화전략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현재에 들어서는 신장이든 티베트는 중앙집권체제에 뿌리가 박혀있는 지역들도 변모해가고 있기 때문에 티베트 인근의 아크사이친이라 주장하는 카슈미르나 아루나찰프라데시 지역에서의 인도와의 분쟁은 영토를 양보하면서까지 협력적인 자세를 취할 이유가 사라진 듯 하다.
그리고 중국은 '본토의 일부'라고 여기는 지역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홍콩, 마카오, 대만이 바로 그러하다. 이들 지역에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은 늘 강경한 태도로 진압하는 등의 행위를 보여주었었다. 해결이 요원해보이는 대만과 남중국해에서의 분쟁에서의 중국의 행동이 강경해질 것인지 의문부호가 달려있기도 하다.
반대로 중국은 유화정책보다는 적은 사례이긴 하지만 무력을 사용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책에서 정리하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국가의 총체적인 안보환경에 대한 위협은 영토분쟁의 협력적 해결을 추구하는 동기가 되는 반면,
특정 분쟁에서의 장악력이나 협상력의 부정적 변화는 무력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동기를 통하여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거나 그러한 평판을 강화시키는 목적으로 중국은 무력을 사용해 왔던 것이다. 196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인도, 베트남, 소련과의 분쟁이 바로 그러하다. 그러나 '평판 효과'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중국은 단순히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협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였던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저자는 끝으로 해결되지 않은 6건의 분쟁 중 몇건의 분쟁 (인도, 부탄 등)은 극단적인 무력행사로 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에 대만의 경우는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진단하였다. '하나의 중국' 정책으로 대만을 중국의 일원으로 대대적으로 천명하고 있음에도 이 지역에 대한 장악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력 변화에 따라 중국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건드릴 뇌관이 바로 이 곳이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NATO를 향해 우크라이나에서 한 수 먼저 둔 것과 동일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미국 역시 지정학적으로 중동에서 말라카해협을 지나 대만해협에 이르는 항행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미중경쟁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는 첫 지점으로 예견해볼만하다.
중국은 일대일로, 중국몽이라는 대국가전략 아래 '도광양회'에서 벗어나 전세계적인 영향력 확장을 통해 패권국의 지위를 갖으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접 지역에는 군사적 압력 뿐만 아니라 삼전, 초한전 등으로 일컬어지는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수단을 위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도 대만의 특정 농수산물 (우럭바리 등..)에 대해 이상한 핑계를 대고 수입 자체를 차단함으로서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여 군사적인 대응보다는 보다 상황을 유연한 방법으로 유리하게 이끌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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