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힘'이란 책으로 유명해진 영국의 저널리스트 팀 마샬이 2018년에 쓴 'Divided'라는 책을 번역한 장벽의 시대를 읽었다. 정보화 혁명이니 세계화니 발달된 기술로 이 세상의 거리는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반대로 장벽을 치고 서로 간의 거리를 두는 모습을 꼬집는 글로서 여러 지역에서 장벽을 쌓는 이유와 고민해볼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어떤 철학자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형이상학적으로 인간은 어떠한 기준을 통해 무리를 구분짓고 그 테두리 안에 있는 구성원을 돕고, 바깥에 있는 구성원은 철저하게 배척하는 동물과 같은 본질적인 습성이 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서 테두리 바깥의 사람을 배척하기 위해 장벽을 쌓고 있는다고 할 수 있다. 긴 역사 속에서 인종, 문화, 종교, 가치관 등의 이유로 사람들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장벽을 세우는 것이다. 요즘 사회는 국제적인 협의는 온데간데 없고 UN 등 국제조직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여러 나라의 국내 정서도 자국 이기주의, 민족주의 등을 앞세운 극우세력들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일종의 야만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저자는 분열의 현장을 목도하면서 끝내 통합이 될 것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계 강대국으로 군림하는 미국과 중국 뿐만 아니라 강대국들의 논리로 국경선이 그어진 국가들의 현실도 돌아보고 있다. 특히, 사람은 생존을 위해 자본이 없는 곳에서 있는 곳으로 이주하려는 특징이 있다. 선사시대 우리의 조상들이 아프리카에서 발원하기 시작하여 유라시아 대륙,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을 넘어갔던 것도 다 먹고살기 위한 것이다. 지금도 아시아, 아프리카의 수많은 난민들은 먹고 살기 위한 이주를 감행한다. 그렇지만 이들을 막기 위한 장벽은 세계 곳곳에서 높아지고 견고해지고 있는 상태이다. 모두 잘 살 수는 없다. 그것이 공산주의가 꿈꾸던 '유토피아' 같은 세상이다. 부와 사회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한 장벽은 결코 무너지지 않고 '내' 나라, '내' 사회를 구성원들과 지키는 방패로서 존재할 것이다.
일을 하다보니 가까운데서 생각해볼 점도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어떤 사람의 평은 이러하다. '그 사람 성격은 참 그런데, 자기 사람은 참 잘챙겨.' 이런 평을 듣는 사람이 내 상사라면 마음이 든든하지만 반대로 다른 부서라면 어땠을까? 걱정부터 한다. 지금 생에서도 시시각각 우리는 '과', '부', '처' 단위로 사람을 구분짓고 있다. 내 마음의 장벽은 좀처럼 부수기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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