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독립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서 표지를 보고 맘에 들어 산 데미안
초판본 형태 그대로 본딴 양장본인데다가 크기도 작아 기차를 탈때 조금씩 읽다가
어느새 그 끝을 맺었다.
멋모를 어릴 때 필독도서라고 읽었었던 기억은 있지만,
무슨 내용이었는지 가물가물한 것을 보면
어느 책들과 비슷하게 소비한 셈인듯 하다.
나이가 30대가 되어서야 다시 읽는 데미안,
독일의 대작가, 헤르만 헤세가 스콧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작가이자 주인공인 자전적인 내용이 담긴 '데미안'의 존재는
작가의 내면의 치열한 자기성찰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자,
성찰의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지탱하게 해주는 보조인으로서의 역할이다.
유년 시절, 프란츠 크로머라는 악당에게 약점을 잡혀 지옥과도 같은 삶을 건져내준 것도 데미안이었고,
김나지움에서의 방탕함을 뒤로 한채 다시금 스스로를 다잡으려 할 때 단한번 마주친 베아트리체라는 존재의 형태도 결국 데미안을 떠올리며 이를 통해 싱클레어는 구원을 받았었다. 이 때, 수많던 싱클레어의 편지에 반응을 보이지 않던 데미안은 이 소설의 명구절이기도 한 아래의 편지를 싱클레어에게 보낸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흔히, 파란(破卵)이라고 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금 세계를 깨고
한단계 초월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자유의지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연히 오르간 소리에 이끌려 만나게 된
피스토리우스와의 관계를 통해
아브락사스라고 하는 신과 악마가 섞인 형태를
탐사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어머니이고 한 에바 부인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자각을 하게 된다.
에바 부인의 사랑을 얻는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파란의 과정은 자신의 내면의 치열한 다툼과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나'의 일이지만,
결국 나라는 존재는 이 사회의 일원인 것처럼
바깥 세계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를 작가는 전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데미안의 말처럼 어떤 것도 '우연히' 찾아오는 일은 없듯이,
바깥 세계의 요소들을 이해하고 나만의 세계에서 해결할 수 있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피스토리우스는 개인을 서로 다른 개성으로 보지 않고 세계의 성분으로 인식하고
우리의 영혼은 이미 수천년 전부터 이어져온 부레처럼 개인적이지 않다고 설명하며,
자기성찰을 포기하지 않은 싱클레어를 북돋아 주는 장면이다.
나도 싱클레어와 같이 새로운 시각으로 사고를 할 수 있음을 깨닫기도 하면서,
수천년 간 만들어진 영혼의 부레를 통해 나도 알을 깰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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