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근처에 볼일이 있어 경주를 찾은 김에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팔우정 해장국 거리를 찾았다. 팔우정은 여덟 명의 우애를 가르키는 한자어로 경주 최씨 8형제의 우애를 기리기 위해 그들의 세거지였던 황오동에 1614년 세운 정자라고 한다. 그러나 1899년 축대가 무너진 이후 지금은 유허비만 남은 상태이다. 팔우정이 사라진 자리에는 팔우정 공원과 유허비 만이 이 곳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팔우정은 사라졌지만 이 곳은 팔우정 해장국 거리가 번성하게 되었다. 1936년 경주역이 팔우정이 있던 근처로 이동하게 되면서 경주도심의 한가운데 자리잡게 되었고 경주역과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허기진 배를 달라주는 해장국거리가 조성되었다. 특히, 경주는 관광특구로 지정이 되어 다른 지역과 달리 통금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24시간 영업이 가능하였고, 인근 유흥업소 등에서 한잔 걸치고 온 손님들이 밤에도 들러 한 때 이곳은 30여곳이 성업할 정도였다고 한다.
경주해장국은 다른 지역과 특이한 점이 닭뼈 고운 육수에 신김치, 묵, 콩나물을 넣고 끓이고 모자반을 고명으로 얹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이러한 경주해장국을 먹으러 1973년부터 영업중이라는 '경주해장국'집에서 잊혀져 가는 자취를 찾으러 왔다.



생각보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분들이 많아 잠시 밖에서 대기하였다. 내부는 4인 테이블이 6개 정도 있는 작은 식당인데, 해장국 집들의 규모가 대체로 이 정도였다고.
해장국을 주문하니 금세 나온다. 맑은 콩나물국 느낌인데 왠걸 한숟갈 먹어보니 다채로우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기분이 좋았다. 밥은 아쉽게도 약간 찐 상태여서 몇 숟갈 먹다가 밥을 말아 먹으니 한결 좋았다. 안에 경주해장국만의 특징이기도 한 탱글탱글한 묵이 가득해서 좋았다. 설명문대로 양념장을 조금 첨가해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든든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해장국집이었던 옆건물의 모습을 바라보니 이제는 다 철거된 상태였다. 팔우정 해장국거리라는 이름을 붙게 한 원조 같았던 '팔우정 해장국'집도 이제는 없어졌고, 팔우정 해장국은 사실상 옛말이 된 셈이다. (경주해장국만이 유일하게 장사를 하고 있었다.) 경주는 신라의 고도로 신라 문화재의 보존은 열심이지만 현대 역사의 한 페이지였던 팔우정해장국은 이렇게 방치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 역시 하나의 좋은 문화자원처럼 만들 수 있을텐데.. 음식 맛은 좋았으나,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네.


'Travel > Food & Drink'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산 하양 낫낫: 수준급 팟타이 (1) | 2023.06.08 |
---|---|
영천 만두독립 (0) | 2023.06.07 |
영천대표밀면: 양 하나는 인정.. (0) | 2023.06.05 |
경주 카페 yesterday: 한적한 경주를 찾아서.. 그리고 메이플 카푸치노 (0) | 2023.06.04 |
경주 성동시장 맛집 양대산맥: 보배김밥, 천북양념통닭 (0) | 2023.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