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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경험의 함정: 나의 경험을 경계하라




  인간은 살면서 수많은 경험을 한다. 경험을 통해 지식을 쌓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한다. 하지만 그 경험의 축적이 무조건 맞다는 것이 아니라는 ㄱ서을 저자는 설명한다.

  가장 먼저 이야기 하는 것이 '사혈'이다. 병을 낫기 위해서 과거부터 대량의 나쁜 피를 뽑는 것이 치료행위 중 하나로 경험적인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잘못된 치료방법으로 알고 있지만 이를 깨닫기 까지는 수많은 희생이 뒤따랐다. 사혈을 하고 나서 증상이 좋아졌다고 믿은 경험적 오류가 반복되어 왔던 것이다.

  특히, 경험은 창의성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능숙함의 함정'에 빠지게되고 사고가 경직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는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다. 경험을 창의성을 다듬고 발전시키는 과정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따지고 보면 과거에 있었던 혁신적인 과정들은 과거의 아이디어를 빌려서 발전시킨 것들이 많았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기 경험만으로 독창성을 얻으려고 하기 보다는 타인의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도 모아서 창의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재난에 있어서의 경험의 역할은 모순적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듯이 커다란 사건사고 이후에 대응을 하는 것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재난의 파괴력을 느꼈기 때문에 대응책이 예방책보다 더 가치있게 느낀다는 점. 그리고 성공적인 예방책으로 인해 그 사건사고에 대한 대응의 경험을 할 수 없다는 점 등으로 어쩌면 참 모순적인 것 같다. 다만 저자는 그 파국이 오기 전 '위기일발 상황'에서 얻어진 경험을 토대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경험에 대한 모순은 인간의 경험을 통해 행복을 얻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인간은 시간이 흐르면서 부정적인 경험으로 행복을 되찾고, 반대로 긍정적인 경험은 행복을 방해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인간은 '적응'하느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쓴 글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단락 하나를 인용해보자면,

" 경험은 쌓을수록 땅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는 것과 비슷해진다. 파놓은 구덩이를 즐기고 구덩이가 깊어질수록 더욱 큰 기쁨을 느낀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파놓은 구덩이를 원망하기 시작하고 깊이 팔수록 행복감이 줄어든다면 경험에 스스로 갇히는 꼴이다.
  가까운 인간관계와 직장은 장기적으로 중요하면서 이런 영역에 취약한 영역이다. 둘 다 처음에는 긍정적인 감정과 좋은 의도로 시작된다. 이러한 감정과 의도는 장기적으로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해줄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만약 그 경험을 신중하게 선별하고 키워가지 않으면 처음의 들뜬 기분에 점차 적응해 가면서 상황에 지쳐 싫증을 느끼면서도 그때껏 쌓은 경험을 저버리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갇힌 기분이 든다. 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게 되는데 그러면서 오히려 갇힌 기분은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경험은 사람들을 점점 불행한 상태로 가둘 수 있다. 한 길을 고수하는 것에 끊임없이 후회하면서도 과거를 통째로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방향을 틀기도 점점 더 어려워 진다."

  그래서 인간은 적당하 굴곡이 있어야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 올림픽에서 마지막으로 패배를 맛본 은메달리스트보다 행복한 동메달리스트의 모습처럼.

  인간의 경험은 조작된 것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조작을 하기도 한다. 먼저 사회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은 인간의 경험을 조종시킨다. '넛지'라는 행동경제학 전략은 부드러운 개입 방식을 활용하여 결정 주체의 부담을 줄이고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세심하게 설계된 선택지를 사용자에게 제시하여 특정한 항목으로 선택을 유도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경험을 조종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저자는 '경험 설계'를 회피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5W1H 육하원칙 전략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매사 이걸 적용할 수 없지만 적어도 중요한 일과 선택의 시기에서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한데 엮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는 이야기가 경험을 이해하고, 전달하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피엔스"에서도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 종으로 있는 이유가 바로 이야기를 생성하고 믿고 퍼뜨리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인간의 경험은 모든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취사선택한다는 점등으로 필터링과 왜곡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반쪽짜리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단순한 이야기는 오히려 그 특성으로 인해 완전한 이야기보다 더 매혹적이기까지 하다고 니체는 말한다.
- 동일한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는 경우  우연히 발생했어도 그 속에서 인과관계를 찾는 행위를 '클러스터 착각, '아포페니아', '내러티브 오류' 등으로 부른다.

  이러한 그릇된 이야기들은 사람들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준다. 흔히들 나이가 먹을수록 고치기가 어렵다고 하는 점은 이런 이유이다. 나이가 들수록 유사하가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 경험이 설령 편향적이거나 잘못되었더라도 이를 기반한 신념이 생기게 되고 그 신념으로 인한 자신의 생각과 예측이 정확하다고 믿게되는 것이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생각의 뿌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맺음말에서는 내가 경험한 것들이 과연 합리적인 것은지 자기진단을 도와주는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살면서 몇 번이나 이런 기준에 근거해서 내 경험을 점검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한 것들이 늘 정답은 아니며, 경험틀 밖에서 관조적으로 바로보려는 생각을 한번 새겨볼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