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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일본 추리소설의 발칙한 발상


  아쓰카와 다쓰미라는 신인 추리소설 작가가 쓴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를 읽었다. 총 4편의 단편집이 모아진 소설집으로 가장 첫번째 단편이자 특수설정미스터리가 사용된 단편을 책의 제목으로 사용하였다. 처음에는 책 제목만 보고 도서관에서 집어서 '15초 후에 죽는다'처럼 특수설정 위주로 이야기를 쓴건가 싶었는데 나머지 단편은 약간 혹은 아예 포함이 안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첫번째 단편은 말그래도 이 세상에 병에 걸린 사람들이 투명인간화되는 설정 속에서 투명인간이 사람을 죽였는데 탈출하지 못해 범행 장소에서 숨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이 설정을 위해서 처음부터 몇가지 투명인간의 규칙을 정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결국 투명인간이 투명인간의 마음을 잘 안다고.. 투명인간 범인의 위치는 발각되게 된다. 설정은 기가 막히긴 한데 달리 생각해보면 이미 범죄자는 갇혀버린 상황에서 출입문만 잘 봉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마지막의 설정은 약간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두 번째 단편,  6명의 열광하는 일본인의 경우는 국민참여재판처럼 6명의 시민이 재판부와 함께 살인사건을 다루는데 마침 일본 아이돌이 연루되게 되고 그 시민들은 대화를 이어나가며 숨겨져있던 오타쿠의 본능(?)을 드러내는데.. 참 일본스럽다는 느낌이 전해지는 이야기였다.

  세 번째 단편, 도청당한 살인에서는 약간의 특수설정이 포함된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성은 뛰어난 청력을 지니고 있어서 함께 일하는 탐정의 추리력과 결합하여 범죄자를 찾는다는 것이다. '영매탐정 조즈카 도서집'처럼 도서미스터리 (처음에 범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시작하는 전개방식)의 모습을 띄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마지막 단편은 정말 걷는 놈 위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결국 나는 놈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느낌이랄까. 제목에서처럼 얼마전 읽었던 잭 푸트렐의 '13호 독방의문제'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후기에서 작가가 밝혔듯 모든 단편 앞에는 다른 소설의 구절이 적혀져 이는데 그러한 소설들을 읽으며 자신의 소설을 창작했다고 한다.

  지루하지 않게 잘 읽히는 흡족한 소설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