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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글래스고로 돌아가는 장거리 운전이 있기 때문에, 크게 구경한 것은 스카이섬과 스코틀랜드 본토를 연결하는 스카이섬 다리 (Skye Bridge)와 근처에 강변에 위치한 에일린 도넌성 (Eilean Donan Castle)을 오전에 보고나서 돌어오는 일정이었다.
스카이섬 다리는 다리 자체는 별것 없지만 무언가 신비의 장소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다리이다. 다시 스카이섬을 떠나기 위해 다리를 지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커서 근처 호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에일린 도넌성으로 가기로 했다. 어제의 빡셌던 일정으로 인해 다들 몸이 무거운 상태였다. 다행히 이때까지만 해도 하늘은 너무나 맑았다.
에일린 도넌성은 강변에 우뚝 솟은 성채로 무언가 도도한 느낌을 주는 건물이었다. 이 곳은 밖에서 물위에 떠있는 성으로 연결된 고풍스런 다리를 바깥에서 찍는 사진이 유명한데, 영화 007시리즈와 하이랜더(Highlander)의 모티브가 된 장소라고도 한다. 입장료를 끊으면 앞에서 오디오가이드를 주는데 들으면서 외양만큼이나 깊은 역사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성이 지어진 이 조그만 섬은 7세기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는데, 14세기 정도가 되어서야 방어를 위해 성이 지어졌고, 특히 18세기 스코틀랜드 독립과 관련된 자코바이트 (Jacobite)들의 최후의 항쟁을 벌였던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 반란을 탄압하기 위해 정부군은 성을 파괴시켰고, 지금과 같이 성이 복구된 것은 1920-1930년 사이에 영국 군인이었던 John MacRae-Gilstrap이 사들여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내부는 주로 예전 생활하던 모습과 여러 고풍스러운 것들을 전시해놓았는데, 연회장이 가장 크고 여러 가문의 문장과 장식품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디서 왔는지 많은 영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었다. 성 내부를 돌아다녀 보니 어떤 부분은 생각보다 좁아서 그렇게 큰 성이 아니구나 싶으면서, 어떻게 이 섬에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성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운전 교대 겸 점심을 먹으러 작은 카페에 도착했는데 드디어 스코틀랜드에 온 이래 처음으로 블랙 푸딩 (Black Pudding)을 먹을 기회가 생겼다. 예전에 친구가 전통음식인 해기스(Haggis)를 먹고 싶다고 하여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적은 있으나 왠지 선지를 못먹는 나로서는 선지가 잔뜩 들어간 순대나 다름없는 블랙푸딩은 기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킨 세트음식에 포함되어 있어 잘게 조각내어 깨작깨작 먹다보니 그렇게 못먹을 음식은 아니었다. 슈퍼마켓 가면 냉장식품으로 팔던데 그래도 그거는 굳이 사먹지는 말아야지. 점심을 먹고 글래스고에 가까워지니 비가 차를 뚫을 기세로 쏟아졌다. 짙은 안개와 뿌연 수증기 속으로 우리의 일정도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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