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떠오르는 추리작가인 이마무라 마사히로가 쓴 마안갑의 살인을 읽기 위해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집었다.
그런 덕분에 서울과 동대구를 오가는 기차 속에서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읽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하무라와 히루코에 대해서 작가가 앞서 집필한 '시인장의 살인'과 연결되어
뒷편부터 읽어버린 나로서 그들과 연결된 비밀조직인 '마다라메 그룹'에 대한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여,
곧장 '시인장의 살인'을 다음에 기차를 탈 때 읽어야지 싶을 정도였다.
(다행히 각 책의 사건은 분리되어 있는 듯 하다.)
'마안갑의 살인'이 특이한 점은 전형적인 추리소설에서 벌어지는 플롯을 따르면서도 이를 역이용하는 발상이 참신했다.
이 책에서 지칭하는 '클로즈드 서클', 고립된 환경에 놓인 사람들 간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것 자체도
용의자를 추정할 수 있도록 여러 추리 소설과 만화에서 다루는 기법인데,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오히려 이러한 닫힌 환경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용의자 중의 한 명으로 특정되어
조사를 받을텐데 굳이 그런 행동을 하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이는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꼬리잡기'라는 웹툰의 환경과도 비슷해서 흥미로웠다.
'마안갑의 살인'에서는 이를 예언이라는 오컬트적인 요소와 결합시켜 해결하였는데,
이 예언에 의해서 단순히 사람이 죽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인지,
이 예언이 하나의 방아쇠가 되어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마다라메 그룹이라는 비밀조직에 의해 수십년 간 연구되던 초능력과 관련된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지만 있음직한 이야기처럼 바뀌어 소설은 진행된다.
그래서 어떠한 특별한 밀실트릭 같은 것은 없었지만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몰입되게 하는 장치였다.
특히, 마지막에 히루코가 밝히는 내용은 살인사건 자체와는 관련이 없지만 이야기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반전요소가 대단했고 그녀가 중간에 벌이는 특별한 행동은 왜 했던 건지 등의
앞에서 벌어졌던 일들의 아귀가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책이 두꺼워보이지만 전반부에서 이야기를 잘 쌓아 올리고 나서
후반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정리부분은 순식간에 넘어가니,
추리소설에 관심 있는 사람의 일독을 권한다.
* 꼬리잡기에서는 건물 붕괴로 지하에서 고립된 대학생 간에 벌어지는 살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현재는 '포나메프린'이라는 약물에 의한 금단 증상과 생리적 여건이 보장되지 않는 극한 환경 속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Short thought > From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장의 살인: 현대 미스터리에 어울리는 기묘한 장치 (1) | 2022.09.25 |
---|---|
깃발의 세계사: 색으로 국가라는 소속감 만들기 (1) | 2022.08.16 |
웨스트포인트에서 꿈꾸다: 생도 교육이란.. (0) | 2022.08.08 |
세계사에 기억된 50개의 장소: 잘 알지 못했던 특별한 의미를 가진 지역으로의 안내 (0) | 2022.08.04 |
데미안: 철저한 내면탐구 (0) | 2022.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