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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깃발의 세계사: 색으로 국가라는 소속감 만들기

  지리의 힘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지정학 전문가인 팀 마셜의 새로운 책인 '깃발의 세계사'를 읽었다. 어렸을 때 나라 이름 외우기, 수도 이름 외우기, 국기 보고 나라 맞추기를 했던 기억이 나기도 하면서 도대체 왜 이런 깃발의 색을 각 나라들은 정했을까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작가는 미국 영국의 국기는 한 장을 할애하여 그에 관련한 역사를 집중적으로 서술하는 한 편, 각 대륙의 여러 국가들의 국기에 대한 이야기도 빼먹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프리카 국기는 딱히 관심이 없어 이 부분을 제외하고 다 읽었는데 중간중간 적은 내용과 감상들을 아래에 써보고자 한다. 

 
  • 깃발은 하나의 상징으로 어느 무기보다도 강력하다, 나폴레옹은 '이런 시시한 것으로 사람을 이끌 수 있다'라고 하였으며, 잔다르크도 붙잡혀 심문을 당했을 때도 깃발을 검보다 마흔 배나 더 소중하게 여겼다고 하였다. 단순하지만 그 자체로 파급력이 있다. 깃발이라는 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원하는 소속감을 갖게 해주고 무리를 지을 수 있게 하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그 상징으로 인해 무리는 힘을 가지게 되고 개인 또는 무리의 의지를 표출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근래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 벌이는 테러 행위를 보면 인질들을 죽일 때 꼭 테러단체를 상징하는 깃발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힘을 과시하는 듯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 미국인에게 국기는 신성한 상징이다. 우리나라의 국기에 대한 경례도 여기서부터 파생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미국은 이니 1892년부터 국기에 대한 충성 맹세를 발표하였고, 이를 통한 다민족국가 안에서의 국가적 정체성을 만드는데 유용하게 쓰였으며, 이러한 국기에 대한 마음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국기를 다루는 법률에서는 국기를 거의 신성시할 정도로 엄격하게 다룬다 (물론 실생활에서 전부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국기에 대한 장례식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참고로 국기모독에 대한 법률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에게서는 보여지지 않지만, 미국을 비롯하여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멕시코 등에서는 아직도 법률이 적용되기도 한다. 독일의 나치당이 득세하고 나서 나치당의 깃발을 단 배가 뉴욕 허드슨강에 정박하고 있을 때, 나치를 반대하는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깃발이 강에 내던져지는 일이 있었다. 이 때, 미국은 이 것이 독일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 나치당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기모독이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이후 독일에서는 나치당의 깃발도 국기로 규정받는 '뉘른베르크 국기법'을 통과시켜버렸다.  미국의 숭배에 가까운 국기에 대한 마음을 아는 것인지 아랍인들은 아프간/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 또는 그들이 벌인 전쟁을 반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조기를 불태우기까지도 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반미를 드러내는 목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종종 벌어나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성조기는 'American Dream'으로 대변되는 자유 미국을 상징하는 국기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 영국 국기에의 명칭으로 다툰다는 것을 듣고 놀라웠다. 대부분 영국국기는 Union Jack으로 알고 있는데 Jack이라는 표현의 기원이 국기를 다는 특정한 돛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배에 다는 국기에 한해서 Union Jack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육지에 다는 깃발의 명칭은 유니언 깃발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어 왔는데, 사실은 둘 다 이제 관습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책에서 밝히는 입장이다. 또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서 과거에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렸고 현재 그 지역들은은 독립하였지만 영연방의 일원으로서 영국의 영향력이 조금은 미치고 있는 곳들이다. 깃발에 영국국기가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런 연유로 보여지나, 하와이의 경우는 영국의 통치를 받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호적인 표현으로 영국 국기를 깃발에 두고 있다. 영국 깃발은 브렉시트 이후에 한번 요동을 치고 있는데 스코틀랜드 등 각 지역의 분리독립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대브리튼연합왕국이 분리되어지면 축구경기에서나 주로 볼 수 있는 잉글랜드 깃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신기한 것은 잉글랜드 사람들은 딱히 잉글랜드 깃발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고 한다. 스코틀랜드나 웨일스는 자신들의 깃발을 더 관심가지는 것과는 정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