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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Japan (Hokkaido)

홋카이도 여행 1일차: '눈의 나라' 홋카이도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홋카이도 여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일본은 거의 10년만에 방문인데다가 눈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홋카이도는 처음 가는 날이라 참 기대가 많았다.

  주요 목적지는 유빙을 보기위한 아바시리, 펭귄워크를 보기 위한 아사히카와, 그리고 삿포로와 근교 오타루, 마지막으로 투어로 다녀올 비에이 정도였다. 보통 4박5일에 온천까지 섞으면 조잔케이라던지 남쪽의 하코다테, 도동 지역에 있는 굿시로 등도 가고싶었지만 5박 6일 일정에 한반도와 비슷한 크기인 홋카이도 전부를 돌아보는 것은 무리에 가까웠다. 

오랜만에 찾은 인천공항


  첫날은 삿포로 신치토세에서 환승하여 아바시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일정이다. JR패스를 구매하여 효율적인 기차여행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지만 5,7일권을 살 필요까지는 없었고, 삿포로-아바시리 구간은 편도 거의 10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시간 절약도 할 겸 비행기로 이동하게 되었다. ANA항공에서는 여행객을 위한 특별요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직접 홈페이지에서 ANA Experience로 알아보면 대충 기차와 비슷한 금액에 갈 수 있었다. 환승시간이 1시간 남짓되는 비행기를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입국심사 변수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그냥 세시간 정도 공항에서 있다가 가는 것으로 정했다. 

신치토세공항 도착!
라멘도장이 아닌 다른 골목



  세시간이나 공항에서 있으면 심심하려나 싶지만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제선과 국내선이 약 도보 15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터미널에서 국제선은 다소 심심하지만 국내선은 각종 매장에 가득하여 오랜만에 온 일본의 느낌을 가득 느낄 수 있는 볼거리가 많았다. 게다가 '라멘도장'이라고 유명 라멘 점포를 모아놓은 곳도 있어서 간만에 현지 라멘을 먹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리고 귀국 길에도 다시 한 번 들렸었지만 주요 항공사들이 도착하는 시간 전후로 국내선 터미널 곳곳이 엄청 붐벼서 유명 점포들은 대기가 긴 편이지만, 아바시리로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국내선 터미널도 덕분에 한산하여 오랜 기다림 없이 사람들이 즐겨찾는 음식점을 들를 수 있었다. 

    12시 쯤 제주항공을 타고 15시 삿포로에 도착한 후 점저 비슷한 느낌으로 라멘도장을 먼저 찾았다. 
이 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점포는 '에비소바 이치겐'이라는 곳이다. 다른 점포는 거의 비어있는 반면에 이 점포는 만석이어서 겨우 빈자리를 찾아 앉을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를 제외하고는 거의 현지인들이었다.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라멘은 대체 무슨 맛일까? 점포명에도 나와있듯이 이 곳은 새우를 베이스로 하는 라멘집이라 그런지 그 향이 국물에 배어있는데다가 녹진하게 만든 장인의 맛과 적당히 불은 라면면발이 아주 환상적이었다. 새우주먹밥도 하나 시켰는데 국물에 풀어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다. 이 모든 것과 함께 하는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는 환상궁합이었다. 

라멘도장 입구
라부심이 느껴지는..
이치겐이 가장 유명하다.
에비소바 이치겐
역시 라멘은 현지에서 먹어줘야한다..
주먹밥도 맛이 좋았다.

 
  라멘을 먹었으니 바로 우리는 디저트를 뿌시러 공항 안을 누비기 시작했다. 키노토야라는 곳의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았다. 홋카이도는 기본적으로 낙농업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우유도 신선하다고 하며, 밀크 아이스크림도 정말 찐하다고 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라고 한다. 아이스크림 하나와 치즈타르트 하나를 사서 먹었다. 과연 말로만 듣던 아이스크림 맛은 한국에서 먹어볼 수 없었던 부드러움과 담백함이었다. 너무나 쫀쫀한 이 맛.. 비행기를 타고 와서 아직 멍멍하던 귀가 이제서야 좀 나아질 듯 하였다. 다음 비행기를 한 번 더 타야 하지만 중간 피로를 싹 씻게 해주는 음식들의 등장에 벌써부터 신이 나는 여행이었다. (참고로 아직 추위를 맛보기 전이라서 그런 듯 하다.) 
 
  남은 시간 역시 국내선에 위치한 각종 상점을 둘러보는데 시간을 보냈다. 신기하게도 이 곳에서 일반 슈퍼마켓과 다를바 없이 해산물, 축산물, 채소 등도 전부 팔고 있고 실제로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마치 작은 사회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여러 기념품샵을 둘러보면서 무엇이 홋카이도를 대표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는데 주로 불곰의 모습이 많았다. 실제로 도동지역 시레토코 일대에 500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으며, 종종 배고파서 대도시까지 내려오기도 한다. 일본에서 주로 발생했던 불곰 사건의 대다수도 홋카이도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아이누족은 '키문카무이'라고 해서 곰도 신의 하나로 모시기도 하였다. 이런 일들로 유래하여 곰이 습격할 것같이 '으왕'하는 표정의 마그넷이 참 많았다. 
 
  작은 광장 옆에 '카마에이'라는 어묵집이 있었다. 오타루에도 점포가 있어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약간 배부른 상태에서 No.1로 잘나가는 어묵을 아내와 나눠서 먹었다. 뽀얀 어묵이 달달하고 폭신한게 금세 목구멍으로 넘어가버렸다. 홋카이도는 좋은 어장을 가지고 있는 오호츠크해와 연해있기 때문에 해산물이 아주 뛰어나고 어묵도 그에 따라 맛이 아주 좋았던 건가보다. 르타오 마저도 시식용을 주는 공항. 집약적으로 일본의 모습을 엿보이기에 충분한 세 시간이었다. 

키노토야 아이스크림
카마에이 어묵
오징어순대(?)
곰이 많다는 홋카이도
칼비만 파는 곳


    이제 국내선 터미널로 들어왔다. 각종 상점에 식당에 가득했던 터미널의 겉과는 달리 공항 게이트가 있는 대기실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게다가 아바시리 근처 메만베츠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오랜만에 타는 2열X2, 총 4열자리 미니 비행기였다. 더 놀라운 것은 아내와 자리가 떨어져 있길래 뭔가 했더니 타는 사람이 채 10명도 되지 않아 넓게 앉으라고 그리했던 것이었다. 텅텅 비어있는 비행기를 타보는 건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두발 뻗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50여분 정도를 날아 메만베츠 공항에 도착하였다. 이 곳에서 아바시리로 향하는 버스는 항공기 운항편에 맞춰서 운행을 하게 된다. 처음 조사를 했을 때는 수화물 찾고 시간이 오래 걸려 버스를 타는게 어렵겠다 싶었는데 타는 사람 수를 보니 왜 그렇게 운행하고 있는지 알것만 같았다. 


다시 비행기타러~
메만베츠 도착!


  공항 밖에서 드디어 홋카이도의 추위를 처음 맞이하였다. 긴 시간 실내에 있어서 그런지 아직 제대로된 추위가 체감되지는 않았지만 곳곳에 쌓여있는 눈들과 모락모락 피어나는 입김을 통해 조금씩 느껴지고 있었다. 주변 풍경도 볼겸 앞자리에 앉았는데 신기하게 눈이 쌓여있는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버스, 눈이 쌓여 차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차선 가장자리에는 붉은색 화살표 신호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이 눈의 왕국 홋카이도. 이미 어둑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차창밖 풍경에는 그런 것들만이 나의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많은 여행후기에서 홋카이도에서 캐리어를 끌고다니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곤 한다. 다행히도 우리가 묵었던 숙소들의 대부분은 지하보도 또는 열선등이 깔려 있는 정비된 도로를 이용하여 접근이 가능해 편리한 점도 있었지만 아바시리 같은 작은 도시에서는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눈과 사투를 벌인 내 캐리어는 영국에서도 잘 버텼었지만 일본에서 결국 바퀴에 붙은 고무패킹이 떨어져 나가는 일을 겪게 된다. 어쨌든 캐리어를 열심히 끌면서 다음 날 다시 아사히카와로 내려가기 위해 기차를 타야했으므로 우리는 역 앞에 토요코인에 짐을 풀었다. 

날씨가 어마무시하다


    그래도 일본에서의 첫날 밤인데 이대로 보내기 아쉬워 원래 찾아봐두었던 스시집을 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잠시나마 밖을 다녀본 결과 아무도 다니지 않는 비어있는 거리를 보니 빨리 문을 닫았을 것 같아 아내에게 예약문의전화를 부탁하였다. 역시나.. 스시집은 곧 문을 닫는다고 한다. 오호츠크 세트라고 하여 고래고기 등 이것저것 담은 스시를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급하게 대안을 찾아야 했다. 마침 그나마 역에서 가까운 야키니쿠 비어관이라는 곳이 있어서 간단히 맥주도 마실겸 방문하였다. 이 곳에는 아바시리에서 파는 맥주들을 샘플러로 판매하고 있어서 골랐는데 그 중에 특히 아바시리에서는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유빙을 이용한 푸른 빛이 감도는 맥주를 팔고 있어서 당연히 샘플러와 돼지고기, 호르몬찌개를 주문하였다. 맥주는 총 4가지 종류가 나왔는데 역시 유빙맥주는 색깔 특색만 있지 맛은 별로 였고 오히려 아바시리 형무소를 모티브로 한 흑맥주나 프리미엄맥주가 훨씬 맛이 좋았다. 맥주는 역시 맥주다운 색깔이어야 한다(?). 고기는 뭐 맥주와 곁들이려고 시킨 것이지만 호르몬찌개가 추운 날씨에 뭔가 딱 맞았다. 맛도 닭도리탕 같아서 오히려 한국음식을 먹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바시리 맥주 4종 샘플러
야키니꾸
호르몬찌개

  저녁 9시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 두껍게 입은 부분은 충분히 보온효과가 있고, 핫팩도 챙긴 덕분에 전혀 추운지 몰랐던 반면에, 맨살이 노출되는 얼굴이라던지 손 같은 부위는 잠시라도 밖에 내놓으면 금세 뻣뻣해지고 까칠해지는 진정한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 것을 사고 허둥지둥 호텔로 돌아왔다. 눈이 녹다못해 꽝꽝얼은 보도는 자칫 미끄러울 것 같았지만 의외로 괜찮았다. 오히려 잔뜩 녹아서 정말 얼음처럼 되어있는 구간이 가장 위험해보였다. 호텔에서 TV를 켜니 NHK 위주의 일본 채널이 나오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별 재미는 없어보였다. 우리나라처럼 일본 공중파도 참 재미가없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