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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 군대가 대만으로 도망친 이후부터 현대의 들어서까지의 대만의 모습을 잘 표현한 미스터리의 탈을 쓴 웰메이드소설이다.
이 소설은 하우더닛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와이더닛을 밝히는 과정을 통해 대만 내부에서의 여러 갈등과 문제들을 다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예치우성은 어릴 적 자신에게 특별했던 할아버지가 욕조에 처박힌채 끔찍한 주검이 되어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누가 그를 죽였는지는 도무지 오리무중이다. 군관학교에서의 퇴학, 마오마오와의 이별 등 치열한 삶을 살아가면서 가끔씩 치우성은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차츰 잊고 살아가지만, 그의 삶이 비로소 안정되고 나서 현장에서 발견한 단서와 몇 가지 기억들을 토대로 할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에 다가가려고 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누가 범인인지 어림잡아 짐작이 가지만 이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지을지 읽는 내내 궁금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대만의 역사는 참 복잡했다.
1900년대 들어서 일본에게 할양된 뒤로 근 50년 간을 일본의 사회와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장제스의 패주와 더불어 섬에 몰려온 국민당 세력에 의해 다시 한 번 사회는 혼란을 겪게 된다. 이 때부터 외성인과 내성인(토착민)들의 갈등이 시작되는데 쫓겨들어온 국민당 세력은 대만인들을 오히려 일제의 앞잡이라고 비난하고 대만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차별적 행태를 보였던 것이다. 토착민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아 남기 위해 그랬던 것인데 말이다.
이는 국공내전의 모습을 다루면서도 나타난다. 국민당인지 공산당인지 그들에게는 이념이 중요했던 것이 아니었다. 어느 쪽이 나와 내 가족을 먹여살릴 것이냐가 우선이었더 것이다. 단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그들은 상대편에 총부리를 겨누고 온갖 가혹행위를 서슴지 않고 자행했었다. 국민당 편을 선택했던 예치우성의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를 공산당 손에서 탈출시켜주고 산둥에 계속 살고 있는 마 할아버지는 서로는 끈끈한 정이 있었지만 단지 처음 선택한 쪽에 따라 행동을 했었을 뿐이었다. 내가 위치한 곳이 어디냐에 따라 표리부동하게 바뀌는 사람의 심리란..어쩔 수 없으면서도 이런 역사 속 가슴 아픈 이야기를 남기기도 한다.
예치우성의 할아버지가 죽은 이유 역시 그가 저지른 과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일전쟁이 치열하던 어느 시점에 예관린(할아버지)은 일본군의 앞잡이들이라는 명목으로 어느 마을을 집단학살하였고, 그 때 살아남은 아이가 비로소 복수를 했던 것이었으니.. 하지만 이야기의 끝은 다시 복수로 맺어지지는 않는다. 더이상 예관린의 악행이 담긴 비석도 남아있지 않으며, 한 때는 봉쇄되었던 대만-중국 간의 통행도 재개되어 대만에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던 사람들이 다시 그 땅을 밟을 수 있게 되었으니.. 잔인한 역사의 흐름의 끝은 해피엔딩이어서 더 완성도가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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