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 통치 하 만연했던 마약 사용과 겉으로는 부정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권장했던 2차 세계대전의 모습, 그리고 전형적인 약물중독자의 모습을 보여왔던 환자 A 히틀러의 모습까지, 마약이 전쟁에 끼쳤던 모습을 여과없이 저자는 밝혀내주었다.
본래부터 화학산업이 발달되어 있던 독일에는 많은 제약회사가 존재하였고, 1차세계대전 이후 피폐하고 침울한 현실을 도피하려는 군중심리와 결합하여 각성제 등의 수많은 마약성분을 아무 통제없이 사용하였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페르비틴'이라는 것으로 메스암페타민이라는 규제되어있는 마약성분으로 제조된 것이었다. 페르비틴은 도파민, 세러토닌 등을 분비하여 신경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각성 효과가 있던 것을 알게된 국방생리학자 랑게는 전쟁에서 가장 타도해야할 대상은 '피로'라고 생각했었고, 페르비틴은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이 약물은 알약으로 만들어져 수 억정이 일선 부대에 보급되어 활용되었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여 소련과 반땅하고 있을 때 프랑스 전역은 조용한 편이었다. 프랑스는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질 무렵 독일 병사들은 페르비틴을 먹으며 다음 타겟이 될 프랑스를 공격할 준비를 하였다. 공자의 입장에서 상대적 전투력을 열세일 수 있지만 '아르덴 삼림'을 돌파하는 기적과도 같은 전격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바로 '페르비틴'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설명이다. 한 번 먹으면 쉬지 않고 활력적이게 임무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프랑스와 영국이 대처할 수 없을 정도의 공격기세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적국이 상상할 수 있었던 인간의 한계를 독일은 마약으로 허물어뜨려 버린 것이다.
이러한 마약은 단기적으로는 어떤 효과를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심한 역효과를 낸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듯이, 나치독일도 독사과의 댓가를 치뤄야만 했다. 강제로 박탈한 수면은 언젠가 메워야 하며, 중독증상이 심해져 더욱 강한 약물을 갈구하여야만 했다. 히틀러는 그런 중독증상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연한 기회에 맞은 마약주사에 이끌리고 나서부터 자신의 주치의로 그를 임명하고 점점 강한 마약성분이 든 주사를 원했던 히틀러. 급기야 코카인과 오이코달 등 70여종의 성분이 담긴 칵테일 주사를 맞기도 하였다. 점점 마약에 의존적으로 변해가는 히틀러는 중대한 회의, 행사 등이 있기 전 주치의를 늘 찾을 수 밖에 없었도 그로 얻은 댓가는 마약성분에 의한 여러 부작용들이었다. 도핑에 중독된 육상선수처럼 히틀러는 승산이 없는 전쟁을 마약으로 고양되어 지도했던 것이다.
책은 나치 독일과 마약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비단 독일만이 이런 마약을 다루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참전용사들이 전후PTSD와 같은 우울증 증세를 얻는 것을 보면 전투에 참여한다는 것은 극도의 공포감, 긴장감 등을 수반하는 것이고 맨 정신으로 매 순간 버텨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 히틀러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더 높은 직책을 역임하는 장교들은 매 순간순간이 중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긴장감, 압박감을 장기간 버텨내리간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마약은 이러한 군인들을 도와주는 편리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채겡서도 '마약은 전쟁터의 이상적인 동반자'라고 하지 않는가. 영국에서도 효과나 중독성 면에서는 다소 낮았지만 벤제드린이라는 약물을 군인들에게 처방해주다고 하며, 베트남 전쟁에서도 참전한 미군들이 마약을 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만큼 전쟁과 마약은 떼어내기 어려운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치 독일이 문제였던 점은 '국가 사회주의'라는 국가집중권력체제 속에서 국가가 나서서 마약을 마약이 아니라고 홍보하고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여 국민들에게 나눠주었던 것은 그 시절의 무지였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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