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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외사랑: 추리소설 같지 않은 추리소설


추리소설 공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외사랑'을 읽었다. 누군가의 추천도 있긴 했지만, 뭔가 밝은 이미지의 책 표지가 비교적 두꺼운 소설임에도 나의 손을 끌어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나서 알았는데 이 소설은 1999년-2000년 즈음에 연재된 소설이라고 해서 더 놀랐다. 요즘들어 성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고 있는 시대에 어울리는 소설인데 정작 집필된 시기는 20년도 더 된 작품이라니 말이다. 이전판에는 '짝사랑'이라고 출간이 되었으나 올해 새로운 버전으로 '외사랑'이라고 편집이 되어 나왔다.

주인공 테츠로는 대학 미식축구부 동료들과의 동창회를 마치고 돌아가는길 당시 여자 매니저였던 히우라를 마주치게 된다. 더 놀라운 것은 히우라의 모습이 전과 같지 않은 것. 그녀는 성 동일성 장애로 지금은 남자로 살고 있음을 밝히며, 동시에 '사람을 죽였다'는 고백을 한 것이다. 히우라는 졸업 후에 결혼과 임신도 하였지만 끝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이혼 신고서를 써놓은 채 집을 나와 긴자의 클럽에서 일을 하던 중 사람을 죽인 것이다.
히우라의 흔적을 쫓아 진상에 다가가는 테츠로는 여러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되며 그 중심부로 들어가게 되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요즘 뉴스로도 느껴졌던 내용 중에 하나가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운동경기 출전에 대한 논란이었다. 남성이 비교적 여성보다 체격이나 근력이 좋기 때문에 운동 경기에서는 높은 성적을 거둘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남성으로 태어났다가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운동 선수들에 대한 자격은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소설에서도 스에나가 무츠미라는 육상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려 XY염색체를 가진, 즉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여성으로 인식하고 살아왔다. 그렇지만 남성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종 기록을 새로 갈아치우며 유망한 선수가 될 수 있었지만 그의 병을 알게되자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운동선수로서의 앞길도 막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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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은 테츠로는 무츠미와의 대화를 통해 히우라의 살해와 연관이 있었던 카오리가 실은 여성이 되고 싶은 남자였음을 알게 되었고, 본명이 '다테이시 스구루'라는 것까지 알게 된다.

비로소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와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남자 사이의 호적을 교환하는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며, 미식축구부의 일원이자 히우라와 썸의 관계가 있었던 나카오가 겁탈을 당하려는 히우라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끝으로 췌장암으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나카오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생각보다 두껍지만 술술 읽히면서 여운을 남기게 해주는 좋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