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추리소설 중의 사회파 소설에는 대개 소년법을 다루는 소설들이 많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이라던지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등.. 2010년을 전후로 하여 소년은 갱생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성인과 동일시하여 처벌하지 않는다는 소년법을 악용하여 벌이는 범죄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도 바로 그런 이야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주인공 히야마 다카시는 3년 전 아내 쇼코를 13살 중학생들에 의해 잃은 적이 있었다. 그 날의 아픔을 이겨내고 딸을 키우며 살아가려고 하지만, 잊고싶은 과거를 들춰내는 사건이 발생한다. 쇼코를 죽였던 '소년 B'가 카페 근처에서 살해된채 발견된 것이다.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과거와 다시 맞닥뜨리는 히야마는 쇼코가 죽었던 그날의 진실과 더불어 그가 잘 알지 못했던 쇼코의 과거까지도 알게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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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도 미성년자 시절 또래와 어울리다가 실수로 사람을 죽였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소년원 처벌에 그쳤던 것이다. 쇼코가 죽은 이유도 그 당시 죽였던 남자의 딸의 원한에 의해 벌어진 것이었다.
히야마는 쇼코를 죽였던 중학생 3명을 찾아다니면서 소년들이 죄를 짓고 나서 소년원에서 감화과정을 통해 과연 갱생을 했던건지 확인하고 싶어했다. 피해자들에게 그들에 대한 어떠한 것도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인사건을 계기로 만나게 된 중학생들은 반성이라고 말하기는 커녕 다시금 불량배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쇼코처럼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어떻게든 이를 피해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처럼 등장하는 아이자와 변호사 역시 미성년자 시절 범죄를 저질렀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갱생을 하여 변호사가 되는 등 변해졌지만, 피해자에 대한 반성은 없는 모습이었다. 즉,
쇼코살해범: 개인의 갱생 X 피해자에 대한 용서 X
아이자와 : 개인의 갱생 O 피해자에 대한 용서 X
쇼코: 개인의 갱생 O 피해자에 대한 용서 O
라는 세가지 인물 유형을 보여주면서, 소년법에 의한 갱생 자체를 의문시하는 것이 아닌, 무엇을 통해야만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바꾸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가지고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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