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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방주: 갇힌 공간에서 왜 살인을 하는가


작년 각종 일본 미스터리 상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유키 하루오의 방주가 드디어 도서관에 들어와서 1등으로 대여해서 읽어보았다. 보통의 소설에 비해 약 300여페이지 밖에 안되는 작은 책이어서 즐거움을 누릴 시간이 짧을 것 같아 안타까웠지만, 역시나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대학시절 산악 동호회였던 친구들과 어떤 가족이 우연찮게 산속에 있는 기묘한 건물에 들어와서 마주치는 살인사건 이야기이다. 과거 사이비 종교 단체가 사용한 듯한 건물로 지하 3층까지 이어져 있는 건물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이들은 밤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갇히게 되며 자연히 '클로즈드 서클'이 생기게 된다. 이 곳을 탈출할 방법은 단 하나, 한명이 스스로를 희생하여 입구를 막고 있는 바위를 떨어뜨려 막힌 곳을 개척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 공간이 제목처럼 '방주'라고 불리는데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와 이름은 같지만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재난상황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살해당한 사람은 동호회 친구들을 이 곳으로 안내한 역할을 맡았던 유야.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하는 극한의 압박 상황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자연히 살인사건의 범인이 스스로를 희생하여 닫힌 문을 열게 해야 한다는 논리구조로 이어진다. 이런 관점이 이 소설이 반전 미스터리로 돋보이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 2의, 제 3의 살인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상황은 악화된다. 이에 주인공을 따라 왔던 사촌 쇼타로는 탐정 역할을 해 나가며 종국에는 범인을 찾아내는데.. 마지막장을 읽으며 뒷통수를 때리는 아주 통쾌한 소설이었다. 갇힌 공간에서의 '살인'의 목적이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계속 곱씹어 가면서 책을 읽었다면 작가가 정리한 그 끝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이야기 중에 갑자기 떠오른 것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꼬리잡기'이다. 물론 여기서의 살인은 처음에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시작했다기 보다는 '포나메프린'이라는 향정신성약을 복용하고 있던 사람이 재난으로 인해 약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발생했던 점에서 커다란 차이점이 있지만, 사고로 인해 자연스레 갇힌 공간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은 양쪽 모두 흥미로우니, 이 웹툰도 함께 보기를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