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독자들이 추천하는 '살육에 이르는 병'을 드디어 완독하였다. 소설 자체가 두껍지 않아 두세시간 정도면 충분히 완독할 수 있는데 책 띠지에도 붙어져 있지만 마지막 대사가 서술트릭으로 활용된 반전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처음부터 살인범은 '가모우 미노루'라는 남성으로 알려주고 시작하는 추리소설에서 독특한 서술방식이지만 살인범과 이를 쫓는 전직 형사, 그리고 살인범과 관계가 있는 마사코의 시선을 차례로 쫓으며 마지막 비밀이 펼쳐지는 필력이 기막힌 소설이다. 서술트릭을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이유는 물론 저자가 은근하게 드러내놓지 않는 서술방식이 우선이지만, '19세 미만 구독불가' 딱지가 있을 정도로 끔찍한 살해 방식과 그에 대한 묘사가 강렬한 것도 그 비밀이 무엇인지 풀려고 생각하기 보다는 찜찜한 마음에 계속 페이지를 읽게 만드는 장치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마지막에 뒷통수 때리는 반전에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놀라게 되어버렸다. 한 편, 번역본에서는 일본어와 한국어의 차이라든가, 일본의 문화 (이를테면 미노루가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 등을 알지 못해 추측할 수 있는 복선들을 놓칠 수 있다고도 한다.
한 편 뒤편의 소설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 한층 더 소설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소설이 탄생했던 당시 사회적으로 충격적인 이슈를 던져주었던 범죄 사건들이 발생했었는데 추리소설들이 이를 모티프로 하였는데, 이 작품 역시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을 따와 사회의 병폐를 폭로하려는 시선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집안의 누군가가 연쇄 살인에 연루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마사코가 이 것은 단순한 병으로 치부하는 장면 등은 어쩌면 범죄자들이 저지른 범죄를 회피하고자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는 모습을 꼬집은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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