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가라에서 어느정도 요기를 해결하고 나서 우리는 계속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위로 올라갈수록 햇볕이 더욱 강렬해짐을 느꼈다. 다소 쌀쌀한 퍼스의 느낌과는 확실히 달라진 느낌이다. 그래서 퍼스 사람들도 6, 7월에는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러운 날씨를 피해 북쪽으로 이동한다고들 한다.
올라가는 길에 센트럴 그리너프 카페 & 역사적 정착지 (Central Greenough cafe & Historic settlement)에 잠시 들러보았다. 인근에 있는 그리너프 공원에도 많은 동물들을 볼 수있다고 하지만 약간 길을 돌아가야 해서 그 대신 알파카가 있다고 하는 그리너프 마을에 들른 것이다. 입구에는 카페가 있고 안에 들어가려면 10달러를 추가로 내야한다고 해서, 고민하던 중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알파카가 가장 먼 곳에 있고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하길래 그냥 기념품만 구경하고 나왔다. (그래도 뒤에서 보게 될 리닝트리 마그넷이 있어서 들르길 잘한 것 같다.)







이어서 근처에 있는 리닝 트리(Leaning Tree)를 보러 갔다. 근처에 농장이 많아서 그런지 농장에서 볼 수 있는 호주스러운 풍차가 군데군데 보였다. 리닝트리는 말그대로 기대어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어디에 기대고 있냐하면 바로 땅에 기대고 있다. 사실 근처에 비슷한 나무들이 많긴 하지만 유독 이 나무는 리닝이라기 보다는 바닥에 딱 붙어서 옆으로 자라는 것 같다. 설명을 보면 인도양으로부터 꾸준히 발생하는 염분기를 가지고 있는 남풍으로 인해서 이런 현상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센 바람이 사시사철 불어오길래 나무가 이런걸까 신기할 따름이다. 가까이서 보고 싶지만 이 곳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울타리가 쳐져 있어 길가에서 볼 수 밖에 없다.



칼바리로 도착하기 전 한숨 돌릴 겸 꽤 규모가 큰 마을인 제럴튼(Geraldton)에서 커피 한잔 하기로 하였다. 호주에서 주의할 점은 카페들이 아침 일찍열고 이른 오후에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오후 3시쯤 되서 열고 있는 카페를 찾고 있기란 쉽지 않다. 이유를 살펴보니 호주 사람들의 대다수가 1,2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일찍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카페들이 아침부터 영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행을 와서도 아침 일찍 시작 않고 게으름을 피우면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못 마실 수도 있다ㅎㅎ.
아내가 운전을 하고 있어서 되도록 시내에 들어가지 않은 카페를 찾다가 Quiet Life Coffee라는 카페를 찾았다. 카페 앞 길가에 주차공간이 있어 들어가서 카페라떼와 차이라떼를 주문했다. 이 카페는 신기한게 카페에서 미소라멘을 주문할 수 있었는데 이미 점심을 해결하고 온터라 커피와 치즈케잌만 먹기로 하였다.
맛본 결과 치즈케잌은 정말 맛있었는데 차이라떼는 정말 내 생애 마셔본 것 중에 가장 맛이 없었다. 향도 전혀 나질 않고 맛도 엄청 밋밋해서 도대체 무슨 맛인가 싶을 정도.. 그나마 카페라떼라도 있어서 위안이 되었다.





다음 목적지는 핑크호수로 잘 알려진 핑크 헛 라군 (Pink Hutt Lagoon) 에 방문하였다. 날씨에 따라서 붉은 정도가 다르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그래도 햇볕이 세게 내리쬐고 있어서 그럴듯하게 핑크빛이 감돌았다. 나는 스페인 또레비에하 핑크 호수를 방문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두번째 보는 셈인데 첫번째 만큼 놀라운 느낌은 아니었다. (처음 핑크호수 보러가려고 엄청 걸었던 기억이 갑자기..)
핑크호수의 색이 붉은 이유는 보통 염도가 높은 호수에 서식하는 미세조류나 박테리아 등 미생물이 자외선과 염도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붉은 빛을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날씨가 건조하여 염분이 많이 함유된 호수가 많은 호수에서는 이 곳도 유명하지만 힐리어나 맥도넬 호수도 유명한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