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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West Australia & Malaysia

서호주 여행 3. 캥거루포인트(Kangaroo Point), 레이크 테티스 (Lake Thetis), 캥거루와 함께하는 숙소!

2023.07.16 - [Travel/West Australia & Malaysia] - 서호주 여행 2. 무어강 (Moore river), 란셀린 모래사막 (Lancelin sand dune)에 이어..


  란셀린 모래사막에서의 모래충격이 쉽게 가시길 않았다. 정말 온몸에 모래가 한가득이어서 왠만하면 이 걸 마지막 일정으로 하고 샤워를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이다. 운전하다가 눈의 모래가 자꾸 신경쓰에 중간에 있는 parking lot (한국으로 치면 졸음쉼터) 에 주차를 하고 물로 눈과 손을 계속 씻어냈다. 이 곳의 졸음쉼터는 별도로 주차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거의 우회로 수준으로 길만 있는데 어떻게 주차할까 싶다가 세워버렸다. 나중에 온 차들도 내 뒤에 약간 떨어져서 주차하는 걸 보니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다.

고속도로 졸음쉼터(?)


  운전하면서 가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남아서 중간에 갈 곳을 물색 중에 구글맵 후기 중에 바닷가에서 에뮤를 보았다는 캥거루 포인트 (Kangaroo Point)에 가기로 하였다. 운전하면서 옆에 피나클스를 지나가기도 했지만 어차피 마지막날 볼거니까라는 생각으로 거쳐갔는데 마지막날 닥칠 사고를 돌이켜보면 차라리 잠깐이라도 보고갈껄 그랬나 싶은 후회도 든다. 하지만 그 때 그럴줄 누가 알았겠는가..

  캥거루 포인트는 그냥 조용한 해변이었다. 기대했던 동물은 보이질 않았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새소리와 파도소리만 들려오는 고요한 곳이었다. 오히려 바닷가에 해조류가 엄청 많이 쌓여있어서 놀랐다. 예전 스코틀랜드 서부해안을 트레킹할 때 생각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래도 해변에 우리가 들렀다는 기록을 남기고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드트립 첫째날의 마지막 목적지는 레이크 테티스 (Lake Thetis)이다. 별 것 없어 보이는 호수를 방문한 이유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살아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보기 위함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보기에는 그냥 돌같이 생겼지만 지구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엄청난 가치가 있는 존재이다. 지구 상에 출현한 최초의 생명체 중의 하나로 남세균이 있는데 이 남세균이 생성한 부착물들이 겹겹이 쌓여 생성된 퇴적암의형태가 바로 스트로마톨라이트이다. 몇십억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구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자료로 사용되고 우리나라에도 스트로마톨라이트의 흔적을 드물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은 서호주에만 있는데 대표적으로 하멜린 풀 (Hamelin Pool)이라는 곳이 유명하지만 2021년 재해로 인해 접근할 수 있는 보드워크가 유실되면서 아직도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하여, 궁여지책으로 레이크 테티스를 가기로 한 것이다. 하멜린 풀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이 곳도 아직 살아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서식 중이었다. 남세균이 서식을 위한 조건으로 고염도의 물이 필요한데 이러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 바로 이 곳과 하멜린 풀인 것이다.

  레이크 테티스는 입구에서 호수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편리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도 3~4개 정도 듬성듬성 생명을 유지 중이어서 확실히 규모는 작지만 충분히 하멜린 풀을 대체해서 볼만 한 것 같다. 이 곳에서는 야생 펠리컨도 처음 만날 수 있었다. 주변에 검은 오리떼 중에 도드라지게 있어 눈에 확 띄었다.


  레이크 테티스에서의 구경을 잘 마치고 이제 숙소로 가는 길. 세르반테스(cervantes)나 주리엔 베이(Jurien bay)의 숙소들이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컨디션도 좋은 것 같질 않아 고민하다가 약간 내륙에 있는 'Loveland for wildlife'라는 에어비앤비 시설을 이용하기로 했다. 덕분에 내륙 지역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는데 정말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이 황야에 내가 잘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착각이 들정도였고 오후 5시가 넘으니 해가 지려고 하니까 숙소를 못찾으면 어떡할까 걱정도 조금씩 생겼다.

  구글맵으로 윗 문단의 이름을 찾아 갔더니 진입로가 보이지 않아 간담이 서늘했었지만 한 500m 앞으로 가니까 표지판이 있어 무사히 찾아들어갈 수 있었다. 직접 출입펜스를 열고 또 1~2km 운전을 해야 목장 같은 것을 만나게 되는데 그 곳에서 만난 Ken아저씨는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오자마자 우리를 마당으로 부르며 캥거루 먹이 한 바스켓을 들고 주변에 있는 캥거루들을 호출하시기 시작했다. 깡총깡총 먹이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Ken할아버지는 우리에게 바스켓을 주시며 직접 먹이를 주도록 체험을 시키며 캥거루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캥거루들은 수컷들만 싸우고 거의 죽일 듯이 싸우기 때문에 그로 인해 죽는 캥거루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로드킬 당하는 캥거루들이 많은데 캥거루들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빛을 보고 놀라서 멈춰서 부딪히는 게 아니라 고라니처럼 불빛을 보고 쫓아와서 부딪히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이 곳은 이런저런 이유로 다친 야생동물들을 치료해주고 돌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캥거루들 중에서 5살 먹은 엄마는 아주 영리한데 먹이주는 내손을 꼭 잡고 놓질 않아서, 계속 자기가 내 손에 든 걸 먹으려고 하는 습성이 있었다. 어떤 캥거루는 아주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손에 캥거루의 혓바닥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캥거루 먹이 주는 거야 어디서든지 할 수 있겠지만 우리만 있는 공간에서 뭔가 캥거루와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캥거루 먹이 주는 숙소들도 꽤 있는 걸로 알지만 이 곳 역시 자연과 함께 한다는 느낌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숙소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 숙소가 깔끔한 편은 아니다. 특히 식기류는 많이 아쉬웠는데 그럭저럭 깔끔한 식기류를 이용해서 저녁을 후딱 해먹고, 다음 날 일찍 출발해야하기 때문에 밤하늘을 잠깐 보고 잠에 들기로 하였다. 맨눈으로 보아도  이렇게 별이 많을 줄이야 천개 아니 만개 이상의 별이 하늘에 점처럼 콕콕 박혀있었고, 말로만 듣던 은하수도 연기 처럼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아 이게 호주의 모습이구나하는 현실감이 확 들었다.

  참 아름다운 밤이었다.

 

 

< Loveland for Wild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