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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납치된 도시에서 길 찾기: 자동차 지배의 물리적, 사회적 비효율성




  교통 연구자인 전현우 씨가 철도 3부작으로 집필한 책 중 2번째 책 '납치된 도시에서 길 찾기'라는 책을 읽었다. 시리즈의 첫번째 책 '거대도시 서울철도'도 차근차근 읽어볼 생각이다.

  전현우 씨는 '이동'에 대한 개념을 철학적으로 표현하면서 기후위기 시대에서 교통이 어떤식으로 바뀌어야 되는지에 대해 고찰하였다.

  이동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어디서 어디로 움직이겠다고 하는 개인적인 요소와 함께 수단이 되는 물리적 요소,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요소가 섞인 다층적인 형태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런데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서는 이동편익분석이 필요한데 (더 빠르게, 더 저렴하게, 가까운 시점에 움직일 수 있도록) 이런 이동편익분석적 시각은 다분히 기후위기와 정반대의 발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기후위기 대책으로 각국에서 노력을 해왔다고 하지만 적어도 교통분야에서는 어떠한 개선도 찾아볼 수 없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자동차 위주의 교통시스템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자동차야말로 사람들이 느끼기에 이동편익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이다. 가장빨리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고 원하는 대로 속도를 내서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대중교통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현대사를 돌이켜볼 때 자동차 친화적인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었었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주철종도'의 시대가 전환되기 시작되었으며, 1990년대부터 지어진 신도시들은 자동차를 위한 계획적 발전으로 사실상 '자동차 지배'의 시발점이 되었다. 게다가 저자는 SUV의 등장과 인기가 비효율적 자동차 지배를 가속화시켰다고 말한다. (차를 탑승하는 구조가 편리해졌지만 차체가 크고 무거워지면서 이동 시 탄소발자국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은 결정적이었다. 사람들은 차량을 하나의 '대형 마스크'로 생각하고 각자도생을 위한 기계장치에 탑승하여 모든 일상을 수행했다. 이를 위해 곳곳에 '드라이브스루'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동차를 위한 공간들이 사회를 잠식하면서 걷기 공간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사람간의 만남도 단절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무정형적 도시 확산(sprawl)이 도시 교통의 효율성마저 감소시켰다고 말한다. 자동차 사용을 위해 도로를 계속 짓고 있지만 시간 단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비효율적 모순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의 '2차 자동차 지배'에 대해서도 걱정한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기술의 등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간들은 새로운 사회공간의 잠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에서이다. (재생에너지 저장소 등)

  이러한 자동차 지배에 대응하여 저자는 확장된 걷기공간 (공공교통 도보와 공공교통망 사이 연계가 이루어진 망으로 연결된 도시공간, 즉 집앞에서부터 공공교통만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공간)의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 말한다. 인간은 '자기 가치감'을 느낀다. '개인이 자신의 활동과 행위에서 느끼는 자기 가치감은 개인이 할수 있는 모든 다른 것의 기초'이다. 그러므로 이동도 나의 의지에 의해 이상없이 지나갈 때 스스로에게 가치를 느끼는 것이고, 그것이 사람들이 자동차를 선택하는 이유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확장된 걷기공간으로 납치된 도로 사이의 공간들을 회복해야 만이 해결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