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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안녕, 드뷔시라는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피아니스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의 섬세한 표현이 도드라졌다. 번역가 분의 잘 다듬은 표현에 덧붙여 처음 접하는 한국어 표현의 맛도 덕분에 잘 살려서 읽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노그라진, 수런거리다, 가붓하다'라는 표현은 근래 읽었던 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표현이었다. 주인공이 악몽과 같았던 화상의 피해를 견뎌내고 연주하려고 했던 리스트와 쇼팽, 마지막으로 드뷔시의 연주곡들을 들으며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도 있었다.
추리소설의 형태는 갖추고 있지만 화상으로 몸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지만 피아노의 힘으로 아픔을 견뎌내는 성장형의 모습을 띈다. 그렇게 버텨내던 이유는 주인공이 '마법사'라고 칭하고 소설에서는 '탐정'의 역할을 맡고 있는 피아노 교사, 요스케 덕분이다. 그 역시도 한쪽 귀가 안들리는 불편함을 가지고 있지만 검사로서의 길을 피아니스트로 바꿀 정도로 피아노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람이다. 루방화 사건 이후로부터 발생하는 의뭉스러운 사고들을 잘 꿰어맞추어 낸다.
결말을 알고 나서는 오히려 그 앞에 조그만한 복선을 깔아두었던 것이 뒤늦게 떠올랐다. 원래 주인공인 하루카는 탕수육을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방화 사고 이후로 하루카 역할을 하는 루시아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 이를 표현하듯 방화사건 이후에 사람들이 아는 하루카는 탕수육을 먹지 않는다고 할때부터 짐작을 했어야 했었다. 방화사건으로 시체의 상태 자체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 자주 사용되는 사람 바꿔치기의 형태는 비교적 간단한 추리소설의 장치이지만, 소설 전체적으로 흘러넘치는 표현의 향연이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처음 피아노 곡으로 등장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중 마제파를 들으며..
https://youtu.be/6UgWtfRUm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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