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hort thought/From Book

일본은 왜 점점 더 큰 전쟁으로 나아갔을까: 제국주의 스노우볼

 

 

  일본이 국력 차이도 한참 나는 미국을 상대로 태평양전쟁을 도대체 왜 결정했는지에 대한 각종 매체는 숱하게 많고, 이번 책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두께도 적당한데다가 저자가 그동안 연구하고 저작한 내용들의 정리가 잘 되어 있어 한번 다시 손에 들어보았다. 

 

  일본 군부 정권이 태평양전쟁을 선택하게된 배경은 당시 만연한 시대적 분위기에 판단 착오를 범했다. 처음부터 가상적국을 미국으로 상정하여 한 편으로는 전쟁준비를 하였던 일본은, 미국의 금수조치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임해야 한다는 그럴듯하지도 못한 핑계로 전쟁을 결의하는 수뇌부의 멍청한 결정은 그 분위기가 한몫한 셈이다. 사실 천황으로서도 몇 번 브레이크를 걸 기회가 있었지만 이미 통제권에서 벗어난 일본군 지휘부의 독단적인 전횡은 결국 이 파국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서구열강에 의해 강제적인 개화를 당하고 나서 아시아에서의 제국의 길을 택하기 시작한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끝끝내 실패했던 대륙으로의 진출을 노리기 시작한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의 성공은 일본에게 자존감을 불어일으켰지만 이는 안 좋은 방향으로 스노우볼이 구르게 되는 전주였다. 두 가지 방향에서 짚어볼 수 있는데, 첫 번째로는 당시 러일전쟁의 승전보를 듣고 자란 세대들이 군부 내 핵심에 이르는 시기가 바로 중일전쟁~태평양전쟁 무렵이었다. 대국을 잡아냈던 좋은 기억을 어린 시절 체험한 세대는 미국과도 한 판 붙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러일전쟁이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막대한 전쟁비용의 댓가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달이 되기 시작하였고, 그에 대한 물질적 보상 없이 승리라는 정신적 보상으로만 고취되어 있는 상태로 그 때의 고통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심리가 거세게 작동되었다. 이러한 집단적 사고는 일본의 대륙진출야심과 뒤섞여 '만몽'이라는 형태로 재탄생되었다.  만주가 자신들의 생명선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일본 사회에 전염시켜 만주는 당연히 우리 것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치뤄야 한다는 원리가 여기서부터 작동되었던 것이다. 이를 책동하던 이시와라 간지 등의 무리들은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였던 것이다. 

 

  청일, 러일전쟁의 도취되어 불어넣은 자신감의 스노우볼, 한 편으로 이에 대한 경제적 악화를 제국주의적 팽창을 해소하려고 했던 스노우볼의 맞물려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전쟁의 패망으로 굴러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