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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흑뢰성: 역사물과 추리물의 조화

각종 미스터리 관련 상을 휩쓸며 일본 미스터리계를 강타했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흑뢰성'이라는 작품을 읽었다.

시대적 상황은 1578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을 평정하기 이전, 혼간지와 모리 세력 등과 치열한 다툼을 하는 중이었다.

오다 노부나가의 편이었던 셋슈 지방의 아라키 무라시게가 갑작스럽게 모반을 하게 되고,

다시 마음을 돌리려고 보낸 사자인 구로다 간베에를 무라시게는 죽이지 않고 지하감옥에 가두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다 노부나가가 아리오카성을 포위하였기 때문에 그 안에서 농성을 하며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

이를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무라시게는 혜안을 찾으러 간베에를 찾아가게 되고, 간베에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면서 진행되는 구조로 진행되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이 모든 소동의 원인이 무엇이었는가, 후더닛에 대한

퍼즐이 맞춰지며 이야기가 정리되고, 끝은 역사적 사실과 같이 무라시게가 성을 몰래 탈출하는 것으로 맺음한다.

 

아라키 무라시게는 실존인물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을 때도 참 괴상하다 싶은 사람이다.

오다의 신임을 얻고 있으면서도 오다를 급작스럽게 배반하고 몇 번의 회유에도 아리오카성에서 버티다가

이유없이 갑작스럽게 혼자 가신 몇몇을 이끌고 탈출, 결국 성은 오다의 손에 넘어가게 하였다.

정작 그는 모리의 휘하에 들어가 목숨을 부지하다가, 오다가 죽은 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시대가 되자

다시 돌아와 다인의 삶을 살다가 편하게 눈을 감는다.

이러한 의뭉스런 행적에 대해서 요네자와 호노부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 왜 그랬을까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책에서 펼쳐지는 개별적 사건들은 그 당시의 사건을 다루다 보니 

적장의 수급이 과연 누구의 공인지를 찾는다거나 현대 추리소설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지만

그 사건들의 얼개를 엮어 종장으로 달려가는 느낌이

각 장마다 호흡이 한 번 끊어지면서도 빠르게 페이지를 내달릴 수 있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흑뢰성을 한자로 풀이해보면, 검을 '흑', 우리'뢰'라는 뜻으로,

탐정 역을 맡고 있는 구로다 간베에의 지하감옥을 표현하는 것 같다. 

(좀 더 찾아보니 '뢰'는 감옥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무라시게에게 혜안을 주어 그가 아리오카성에서 버틸 수 있게 만드는 정신적인 안식을 주었던

구로다 간베에는 결국 흑뢰성에서 살아남아 마지막까지 '후쿠오카'지역의 패자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