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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계의 흐름에서 빠질 수 없는 소설인 '점과 선'을 읽었다. 본격미스터리가 주류로 자리잡았던 당시 마쓰모토 세이초가 이 소설을 발표하면서 추리소설을 트릭을 푸는 두뇌게임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는 도구로 활용했던 '사회파 미스터리'의 시작을 알렸던 것이다. 그런 특별한 목적이 있으면서도 추리소설의 흥미를 읽지 않은 소설들의 원형이 되어 이후 많은 작가들이 이 뒤를 따르게 된다.
책 뒤표지에 나와있듯 '세이초는 이 작품으로 범죄의 동기와 시회적 배경을 중시하는 2대 명제를 내세우는데 동기를 묘사하는 것은 인간을 묘사하는 것이고 인간을 묘사하는 것은 그대로 사회를 묘사하는 것을 의미했다... 세이초는 또 이 작품으로 철도를 무대로 한 알리바이 허물기 미스터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고, 여행 미스터리의 서막을 여는데 역할을 다했다'에 이 소설에 담긴 모든 가치를 표현해주고 있다.
'점과 선'이라는 제목은 각각 발생한 일(점)들이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닌 하나의 '선'으로 꿰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로서, 비리스캔들에 연루되어 있는 ㅇㅇ성 고위 공무원 사야마 겐이치가 요정에서 일하는 술집 여성 오토키와 동반 자살 시체로 발견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사랑의 도피가 실패하여 낙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방 경찰 베테랑 형사였던 도리카이는 사야마 혼자 저녁을 먹은 영수증을 보며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ㅇㅇ성의 스캔들을 조사하고 있던 본청의 미하라 기이치 역시 스캔들에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단순한 자살사건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게다가 자살하기 전 목격자들이 사야마와 오토키를 도쿄역에서 목격한 증언을 따져보니 너무나 우연스러운 설정에 더욱 의심을 가지고 파고든다. 하지만, 용의자로 설정했던 야스다의 알리바이의 벽은 너무 높아 가로막히는데 여기서 해결해야만 했던 난제가 바로 기차시간을 이용한 트릭이었다. 살인사건(?)이 발생한 하타카는 일본의 서쪽, 야스다가 다녀온 곳은 홋카이도로 일본의 동쪽. 이 공간적 차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리 봐도 비행기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미하라의 트릭깨기 수사는 점차 성공을 거두어 가는데..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있다면 어지간하다면 완벽해보이는 야스다의 알리바이 증명에 경찰은 포기했었을 것이다. 처음 그 우연스러운 설정에 의심을 가지게 된 미하라가 억지로 끝까지 드라이브하여 파헤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묻혀버렸을 것이다. 그만큼 야스다가 쌓아올린 트릭의 성은 ㅇㅇ성의 능력을 최대로 활용하여 꾸며낸 것이었다. 반대로 그가 그랬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ㅇㅇ성의 비리스캔들이었을 것이다. 자살로 위장되어 살해된 사야마는 말그대로 핵심관계자였고, 스캔들의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점에서 세이초는 '비리가 적발되는 사건마다 힘없는 과장 대리급이 희생되어 자살을 선택하는 현실'을 소설을 통해 지적하려고 했던 것이다. (p.240) 본격 미스터리 소설처럼 트릭의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해서 분석할 필요없이 소설을 즐기면 충분한 가치를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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