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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초공간: 현대 물리학 입문에 가장 좋은 책


  과학서적을 읽으려고 하는데 아는 분이 추천해주어서 읽은 '초공간'이라는 책이다. 사실 양자역학이든 초끈이론이든 일반인이 접하기 너무나 어려운 이론인데 이 책의 저자 미치오 가쿠는 물리학 박사이면서도 리처드 파인만처럼 일반인이 접하기 쉽게끔 현대 물리학의 역사를 흥미롭게 서술해나갔다. 다소 이해 안되는 부분은 실생활의 예를 들어 설명한 것들도 있다. (아마 수업시간에 이런 식으로 학생들에게 설명하셨을 듯 하다.)  하지만 1800년대부터 발전되어온 물리학의 역사를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어 종종 막혔지만 꾸역꾸역 완독할 수 있었다.

  이 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이 세상의 여러 물리법칙을 완전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10차원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물리학자들의 한 가지 소망이라면 지구 상의 삼라만상을 한 줄의 공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 욕구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물리학이 발전되어오면서 점점 발전하는 난해한 이론들은 이를 어렵게 만들었다. 뉴턴의 과학법칙에 이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중력 이론에 대한 법칙을 완성하였으나, 이후 등장한 양자역학은 새로운 세상으로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정작 양자역학은 중력이론을 껴안는데 한계를 보여왔었다.  '양-밀스 장'이니 '칼루자-클라인 이론' 등의 새로운 발견들을 거쳐 지금 가장 세상을 설명하는데 단단하다고 여겨지는 이론은 초끈 이론이다. 이 것은 세상 모든 것이 0차원의 입자가  아닌 1차원의 끈이로 이루어져 여기서 발생하는 파동함수에 의해 정의된다는 이론으로서 이론적인 타당성은 어느정도 검증된 상태이다. 실험적인 증명은 현 시대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를 설명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크기는 우주가 탄생한 빅뱅에 맞먹을 정도이기 때문에 재현은 어렵다.  미치오 가쿠가 말한 것처럼 20세기에 21세기 과학이 발견된 것과 같다는 표현이 적확하다.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스티븐 호킹이 발전시킨 양자우주론을 접목하며 우주의 역사를 잠시 조망한다. 이와 더불어 블랙홀가 웜홀, 다중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여행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해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비슷한 여러 평행우주가 있을텐데 어떤 우주는 이미 죽어있을 수도, 어떤 우주는 지금의 우리 모습과 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작가는 물리학계의 양대 축인 '환원주의'와 '총체주의'를 언급하며 이 두 축이 하나로 화해되어 모여진 것이 바로 초끈이론이 아닐까 여긴다.
(환원주의라는 것은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기본적인 요소로부터 설명하려는 사조로 근원적인 물질을 찾아 내려는 원자물리학에 가까운 사상이다. 환원주의자들로부터 쿼크나 렙톤, 양-밀스장 등의 매개입자의 특성을 규명한 것이 그들의 성과이다. 반면, 총체주의라고 하는 것은 사물의 특성, 특히 생명체의 특성을 좌우하는 요인이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으로 시스템적인 측면을 고려한다.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히트하고 있던 '신경망'neural network 개념이 총체주의의 유기적 접근법을 채택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원자물리학에 의한 발견이 한 때 혁명적이었기 때문에 환원주의의 시대가 이어졌지만 모든 것의 이론이라 할 수 있는 물리법칙의 통일에서만큼은 총체주의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우주적 스케일에서 볼 때 우리는 기나긴 잠에서 막 깨어나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정된 능력만으로 자연의 가장 깊은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
  혹시 이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적이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개인적인 성취나 개인적 관계, 또는 개인적 경험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러나 나는 자연의 궁극적 비밀을 알아낼 정도로 우수한 지능을 부여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건방진 말이지만 정말 우주를 창조해낸 신이 내려다 볼 때는 저 수많은 우주 속에서 먼지보다 작은 지구라는 곳에서 우주의 비밀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니 기특하게 여길 법도 하다는 저자의 생각을 덧붙여보니 이해가 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