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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테스카틀리포카: 아즈테크 공양과 장기밀매


  테스카틀리포카는 엄연히 말하면 추리소설은 아니다. 어떠한 추리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추리소설 애호가들의 추천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테스카틀리포카'라는 뜻은 나우아틀어로 '검은 연기가 나는 거울'이라는 뜻으로 아즈텍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다. 이는 미래를 점치는 주술사가 사용하는 흑요석의 거울에서 유래된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작품에 나오는 흑요석의 쓰임새는 바로 신전에 바치는 심장을 적출할 때 쓰이는 흑요석 칼을 말한다. 전체적인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발미로는 아들 (엘 차보라고 부른다)같이 대하는  또다른 주인공 코시모에게 테스카틀리포카와 토쉬카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테스카틀리포카


  "토쉬카틀, 그것은 태양력 18개월 중 다섯 번째 달의 일므이자 테스카틀리포카를 위해 거행되는 축제의 이름이다... 52년에 1번 '시간이 끝나는 밤'을 제외하면 토쉬카틀은 아스테카 최대의 축제다. 정복자, 빌어먹을 기독교도 놈들도 그 규모를 보고 '예수의 부활절에 필적한다'라고 기록했을 정도니.. 축제 준비는 걸쳐 이루어진다. 그해 태양력의 5월이 끝나면 다음 해의 준비, 그것이 끝나면 또 다음 해의 준비에 착수하지."

  토쉬카틀을 위해 선발된 한 명의 남자아이는 다음 축제에서 산 제물이 되기 전까지 훌륭한 생활을 보장받고 누구든지 우러러보는 존재가 된다. 그렇지만 '밤과 바람'을 상징하는 테스카틀리포카라는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5월 축제일이되면 '화살의 집'이라는 신전에서 신관에 의해 심장을 도려내지게되는 것 자체가 '짧은 삶을 마치고 다시 밤과 바람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 것이 바로 '테스카틀리포카는 자기 자신의 피와 심장을 자기 자신에게 바친다'라는 식으로 발미로는 설명한다.

  하지만 코시모는 심장이 적출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준타'에게 '테스카틀리포카'라고 하는 것이 다름아닌 '개기일식' 현상과 같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아버지로 여기는 발미로에게 의문을 품게되고, 동시에 우연히 심장적출 순간을 앞둔 준타가 '테스카틀리포카'가 되지않게 구한 다음, 마지막 아버지 발미로와의 대결에서 승리한다. 여기서도 아즈텍 관련한 구절을 인용하면 '꽃 전쟁'에서 상대를 죽여버리면 신에게 바칠 희생제물이 없어지기 때문에, 발미로는 코시모가 마쿠아우이틀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좋게 생각한다. 여기서 마쿠아우이틀은 나무 곤봉의 양 옆에 흑요석 조각을 박은 아즈텍의 검인데, 일반적인 검이나 칼에 비해 뭉툭하게 베이는 형태일 것이므로 이를 이용해 단숨에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힘든 무기이지만, 발미로에 의해 아즈텍 문명이 깊숙히 머리속에 박혀있던 코시모는 이를 자신의 무기로 정한다. 발미로와의 싸움에서 그의 숨을 끊는데 사용되는 무기도 바로 그것이다.

마쿠아우이틀


  이 책을 위해 작가가 3년 간 아즈텍 문화부터 해서 실제 사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장기밀매, 마약밀수까지 엮어서 하나의 소설에 담았다는 것 자체가 정말 훌륭하다. 다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워던 점은 각각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설명하려다 보니 어디서부터가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인지 가늠이되지 않고 책을 60%이상 읽었을 때도 아직도 새로운 인물의 소개가 나타나니 쉽지 않았다. 물론 이야기의 시작점인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싸움에서부터 인도네시아. 그리고 종착역인 일본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얽히고 풀리는 이야기를 담는 작가의 열정은 감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