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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군중의 망상: 군중을 멍청한 길로 인도하는 것은 무엇인가?


  윌리엄 번스타인이 쓴 800페이지 책 '군중의 망상'은 1840년대 스코틀랜드 출신 찰스 맥케이가 저술한 '대중의 미망과 광기'의 21세기 버전이라고 부르는 대규모 인간 집단이 종교적이거나 금융적인 형태로 벌인 아이러니한 모습을 꼬집은 작품이다. 처음에는 꽤나 자세히 읽어보려고 했는데 중간 이후부터는 필요한 부분은 자세히 읽어보았다. (닷컴 버블 같은 내용으로)

  종교적으로는 아브라함 계통의 세 종교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서 파생된 각종 종말론과 그로 인해 발생한 소동들을 담았으며 (뮌스터 봉기, 윌리엄 밀러의 종말론 신도, 유대인 시온주의자, ISIS까지..), 금융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부터 생겨난 '대실망의 날', 존 로의 프랑스 재정 파탄,  미시시피 버블, 남해 버블을 거쳐 현재의 닷컴 버블까지 많은 사건들을 다룬다. 각각의 내용을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사람들이 왜 종말론에 빠지는 것이냐라고 하는 질문에는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서사장치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설령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빠져든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태생적으로 인지적 구두쇠여서 엄격한 분석보다는 휴리스틱 (인지적 지름길을 찾는 과정)에 의해 합리화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 패턴을 유추하여 서사를 만들어내는 성향이 있다. 종말론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삶을 부정하고 이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생겨난다. 그러므로 지금을 괴롭워 하고 만족스럽게 여기지 않는 무리들로부터 쉽게 퍼져나갈 수 있다. 그러한 세력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핵심 인물이 생기게 되면 이를 추종하면서 나타나게 되는 맹신은 종말론을 더 깊고 합리적이고 그럴 듯해 보이게 한다. 끝으로 저자는 타인을 모방하려는 인간의 맹목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성향이 종말론을 더욱 부추기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저자는 인간이 자신의 분석능력을 대상에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사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결국 이간은 관찰된 사실을 자신이 가진 기존의 생각에 꿰어 맞춘다는 것을 언급한다. 즉, 우리의 이성이 합리성이 아닌 합리화에 매몰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미국의 사례를 드는데,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기고 나서 미국 내부에서 세대주의, 복음주의 등에 기반한 종말론에 군중들이 왜 더 잠식되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편다. 결론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유주의에 입각하여 빈부격차가 엄청나며 그에 따라 교육수준 편차도 심각한 나라이다. 과학적인 논리와 이론을 교육받게 되면 비합리적인 종말론에 경도되지 않지만 교육을 받지 않은 저소득층 사이에서 이는 미신처럼 불붙여 퍼진다는 것이다.

  저자가 저술한 모든 이야기를 한데 모아서 정리한 내용은 없지만 내용을 엮어보면 '인지부조화'나 '확증편향' 등 우리가 들어봤던 심리학 용어에 의해서 앞서 말한 일련의 문제들이 터지게 되는데, 이는 미래에도 반복될 문제이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저자는 미디어의 역할도 강조한다. 특히 닷컴 버블이 일어났을 때 미디어가 '엔터테인먼트'적으로 낙관적인 주식에 대한 전망을 부채질하게 되면서 단체로 정신착란적인 투자 열풍에 빠져버린 것을 비판한다.

  책에 나오는 심리학자 필립 테틀록은 인간을 고슴도치 형과 여우형으로 분류하였는데 고슴도치는 자신이 보는 것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부류로 자신의 예측에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더욱 극단적인 예측을 내놓는 반면, 여우는 상충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즐겨 듣는 풍류형으로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잘 견디며, 확신할 결론을 내릴 충동이 덜하다. 이를 볼 때 고슴도치형 인간은 합리화에 유도되기 쉬우며 잘못된 전망을 하기 쉽다. 나는 여우형 인간인가? 고슴도치형 인간인가?  스스로 자문자답해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