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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West Australia & Malaysia

쿠알라룸푸르 레이오버 여행 3. 바투동굴(Batu caves)


  돌리딤섬에서 괜찮은 점심을 하고 나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쿠알라룸푸르 레이오버에 대한 블로그글을 검색했을 때는 대부분 무난하게 시티 센터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야시장 등을 다녀온 글은 많지만 바투 동굴에 대한 이야기를 찾기는 어려웠다. 스탑오버로 있으면 다녀올법하지만 9시간 남짓의 레이오버로 다녀오는 것은 부담이었을까. 그렇지만 우리는 나름 시간을 쪼개보니 택시를 이용하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장 먼저 바투 동굴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쇼핑몰에서 나와 첫 들이맡는 쿠알라룸푸르의 공기는 서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적당히 흐린 날씨에 생각보다 덜 습한 것 같아서 좋았다. 원래 같으면 말레이시아에서 택시를 탈때는 그랩을 이용하라고 사람들이 말하던데 무심코 앞에 택시가 보이길래 택시를 타버렸다.

  여기 택시기사들은 밖에서 흥정하지 않고 우리가 다 타고 나서야 행선지를 묻고 가격을 말한다. 비도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고 얼른 돌아다녀야겠다는 마음에 45링깃에 그냥 가기로 했다. (보통 그랩으로 다니면 교통정체 수준에 의해 달라지긴 하지만 25~30링깃 정도 낸다고 하는걸 보면 약간 덤탱이 쓴 셈이다.)  게다가 말레이시아가 깔끔한 도시 분위기에 비해 택시 수준은 영 별로였다. 너무 낡았고 냉방도 썩 좋지 않다. 그리고 택시기사는 말문을 한번 트고 나니 자기가 유명한데 다 데리고 다니겠다고 자꾸 영업을 해버려서 금세 질려버렸다. 그런데 갈때 45링깃 불렀으면 인간적으로 왕복으로하면 90 이내로 딜을 보는게 맞는거 아닌가.. 왜 120링깃을 부르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바투동굴에서 돌아오는 편에 영업이 잘 안되는 편인 것 같다. 우리가 바투동굴을 다 보고 나서 MRT를 타러 가는 길에도 아직까지 대기 중인 것으로 보아..)

  바투동굴은 외곽지역에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치면 간선도로를 타고 금세 외곽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쿠알라룸푸르 시내 교통정체가 엄청 심하다고 하길래 도대체 얼마나 심한가 싶었는데 그래도 동부간선도로 타다가 강변북로 빠질때 수준은 되는 듯 하다.

길가에 '곤약젤리' 한국어가 반갑더라.
바투동굴 입구
웅장한 동상과 컬러풀한 계단


  바투 동굴은 힌두교 사원인데 만들어진지 약 백 몇십년 된 것이라고 한다. 원래는 중국 이주민들이 비료 용도로 사용될 박쥐의 구아노를 채취하는 곳이었으나 방치되어 있던 중 1871년에  윌리엄 템플 호너데이가 동굴을 발견하였고 1891년 이 곳에 힌두교 사원이 들어서게 된다. 석회암 동굴로 아름다운 내부의 모습과 이를 이어주는 형형색색의 계단, 그리고 눈에 확 들어오는 거대한 금상과 힌두교 사원의 독특한 모습이 너무 다채로워서 여행일정에서 빼고 싶어도 뺄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게다가 바투 동굴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수많은 원숭이들도 불 거리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동굴 아래에 있는 광장에서부터 원숭이와 비둘기가 쌍으로 어지러이 먹이를 먹느라 분주했다. 광장에는 이들을 위한 먹이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어딜가나 원숭이 있는 곳은 원숭이가 관광객이 들고 있는 것을 나꿔채갈수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해야한다고 해서 뺏길만한 소지품들은 전부 주머니에 넣고 안쪽으로 이동했다.

입구는 원숭이+비둘기 대환장파티
옆 흰두사원도 원숭이 세상이다.


  바투동굴을 올라가는 계단은 4갈래로 나누어져 있는데 설명을 보면 3개로 나뉘어 좌측은 과거의 잘못을, 중앙(2개) 현재의 잘못을, 우측은 미래의 잘못을 씻어내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올라갈 때 미래의 잘못을 미리 씻어내고 싶었지만 유독 원숭이들이 이 지역을 점거하고 있어서 우선 현재의 잘못부터 씻어내기로 했다. 힌두교 예법에 의해  여성들은 올라갈 때 다리가 보이면 안되므로 입구에서 스커트를 대여 (20링깃 정도?)하고 있는데 몇몇 외국인들이 반바지를 입고 들어가도 크게 제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올라가면서 계단 난간을 타고 돌아다니는 원숭이들이 엄청 많은데 걔 중 한마리는 관광객에서 빼앗은 페트병을 어떻게든 열어서 마시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계단에서 삥뜯는 원숭이(?)
계단에서 바라본 광장
먹이를 쫓는 힘찬 원숭이들(?)


  습한 날씨에 계단을 오르니 땀이 슬슬 나기 시작했다. 계단에 끝에 도달하자 정신 없던 아래의 모습과 완전히 대조되게 조용하고 엄숙한 동굴 속 힌두 사원의 모습이 펼쳐졌다. 사원 내부를 들어가려면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여 밖에서만 구경하였는데 사진으로만 봐오던 상의 탈의한 상태로 얼굴에 분칠을 하고 있는 남성들이 사원을 관리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아래에 비해 평화로운 위쪽 세상
공작 조형물이 많더라
뻥뚫려있는 동굴 천정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힌두사원 내부
동굴 가장 안쪽
이곳은 닭천지(?)


  관람을 마치고 다시 내려왔다. 계단 위 아래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고 종교 관련 용품도 많이 파는 것 같다. 공작 깃털을 파는 것이 신기했다.

  광장으로 내려와서 마지막으로 난리인 원숭이들을 근접으로 찍어보았다. 특히 그 중에 덩치가 가장 큰 원숭이가 등장하여 좌중을 제압하는 모습이 꽤 볼만했다. 아마도 원숭이 대장인듯(?).

먹이 판매상
배부른 원숭이(?)
잘못 걸리면 큰일난다..


  다시 호구잡히지 않기 위해 코뮤터를 타고 다시 시내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동하는 길레 쓰레기모아둔 곳은 이미 원숭이들이 차지해 다 뜯어버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몇몇 흉폭해보이는 원숭이들의 모습을 보고 최대한 거리를 두고 역으로 향했다. 코뮤터의 운행간격은 출퇴근 시간에는 약 30분 정도, 그 외에는 1시간 정도나 되어서 우리는 기차 안에서 하릴없이 동선을 파악할 수 밖에 없었다.

  나무위키에는 요금이 3링깃이라고 나와있으나 우리는 카드도 구매해야해서 그런지 인당 8링깃을 내고 탔다. 전철 안에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잘나와서 너무 다행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여성들만 타는 칸이 따로 있어서 이곳도 남녀가 구분해서 타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외국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탑승하기는 하는데 점점 우리 칸에는 남자들만 득실득실한 것 보니 이걸 지켜야하는가싶기도 하고.. ㅎㅎ

코뮤터 타러가는 길, 꽃목걸이가 많다
코뮤터 역
카드도 사야한다
여성들이 타는 칸이 훨씬 많은듯
뽀뽀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