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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요리코를 위해: 삐뚤어진 가족


  노리즈키 린타로 씨의 소설인 요리코를 위해를 읽었다. 이 작품은 자신의 이름을 대용한 추리소설가 역할을 하는 린타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면서 가족의 비극을 담은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처음부터 딸 요리코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추적하는 아버지 니시무라 유지의 추적일지와 자신이 추리한 범죄자인 요리코의 전 담임교사였던 히이라기를 죽이는 것까지의 수기가 등장한다. (히이라기가 요리코를 살해한 이유로 요리코가 임신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 수기에 나온대로 니시무라는 히이라기를 살해하고 자신은 자살을 기도하나, 가정부의 이른 발견으로 생명을 건지게 된다.

  요리코가 다녔던 학교가 명문 사립여학교였기인데다가 이사장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친인척 관계로 다가오는 선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여학 교의 명성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해서 경시청에서는 매스컴에 인기도 있는 린타로를 이용하여 시선을 돌려보려고 주인공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냉담하던 린타로는 아버지의 수기를 읽고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수기 속에 숨겨진 진실과 과연 요리코를 누가 죽였는지 밝히는 과정이다.

  중간에 언뜻 결말이 예측되면서도 소설은 린타로가 관련 인물들을 조사하면서 긴박하게 흘러간다. 어차피 처음에 등장한 히이라기가 수기대로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 아니라면, 설령 히이라기가 질 나쁜 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살인은 다른 사람이 했을 것이라는 추측 아래,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제외하고 임신 문제로 요리코를 살해할만한 사람은 니시무라의 조수 혹은 니시무라 본인이기 때문이다. 수기에 등장하는 혈액형에 대한 수기 부분에서 요리코는 O형인데 태아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점은 그 범죄자가 B형 또는 AB형이라는 것인데, 히이라기가 B형이라는 점을 떠나서 요리코의 부모 중 하나라도 AB형만 아니면 되기 때문에 정작 니시무라 본인도 B형이었던 점을 서술을 통해 초반에 배제를 해버렸다.

  결국 니시무라는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위해서 살인을 덮기 위한 살인을 저지른 셈이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안온한 가정의 모습이었지만 그 속은 삐뚤어지고 증오가 가득차 언제라도 파멸될 수 있었던 가족이었던 것이 마지막에 밝혀진다. 모든 시작은 14년전 발생한 그 뺑소니 사고였지만, 그 사고조차도 아버지의 사랑을 바라던 요리코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린타로의 말도 그렇고, 마지막에 아내 우미에와의 대화 속에서 린타로가 느낀 그 섬짓함. 자신이 움직일 수는 없지만 이러한 파국을 맞이하게끔 심리적 조종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것은 이 가족의 민낯이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린타로는 소설에서 일본 낭만파를 추앙하는 국회의원을 꼬집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일본 낭만파라는 것이 전전 천황의 파시즘 사상이라고 말하며 비웃는 모습이 작가의 스탠스가 어떠한지 보여주는 것 같다.

  아래 표현은 마음에 들어서 남겨본다.
  - 국회의원에 지시에 의해 린타로를 따라다니던 잡지사 기자가 팽당하고 나서 오히려 린타로에게 관련 정보를 넘겨주는 모습을 표현하며,
   '배신도 신의도 그에게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고, 그저 비대해진 자아의 자기 선언만이 존재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