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대개 전쟁에 어떻게 승리하였는지 승자들의 이야기를 거울로 연구를 한다.
그러나 '반면교사'라고 패자는 무엇을 잘못하였길래 패배하였는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이 책은 '리더십'을 중심으로 15명의 군사지도자를 5개의 유형으로 분류하여
그들의 잘못 또는 실책이 무엇이었는가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전쟁사학자들이 뽑은 최악의 리더 TOP15라는 글귀가 참 신선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전반적으로 판단해볼 지점은 이렇다.
1) 군사적 식견이 전혀 없는 사람이 국가 지도자라고 해서 직접 지휘를 해서는 안된다.
- 책에 나오는 일부 사례도 있지만,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경우도 군사지휘부를 믿지 못하고 본인이 직접 칼자루를
쥐면서 그릇된 판단을 야기시켰다.
2) 다시금 강조할 수 밖에 없는 작전적 범주에서의 성공의 중요성
- 책에 나오는 포러스트나 필로 같은 사람들은 용맹하기도 하고 몇몇 전투에서 전술적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전략적으로 연결되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에 이 전투는 전쟁에서 무의미하게 되었다.
운게른 같은 경우도 적백내전에서의 전략적 목표는 적군 세력의 소멸 또는 격퇴일텐데 몽골 지역의 확보가 전략적
목표에 기여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1. 범죄자
- 이들은 불필요한 전쟁범죄를 일으켜 감당할 수 없는 파급효과를 낳은 사례이다.
- 로만 폰 운게른-슈테른베르크
운게른은 '동방의 라스푸틴' 같은 존재로 백군의 일원이었던 그는 적인 '적군'을 공격할 생각을 하기 보다는 몽골을 기반으로 다시금 군주제를 복구시키겠다는 기이한 야심을 가졌던 사람이다. 군사적으로 무의미 했던 우르가 (지금의 울란바토르)를 기어코 획득하고 나서 자신의 부하들의 잔혹한 행위를 그대로 용인한 바람에 몽골 내에서의 반소 감정은 거세게 불타올랐다. 쫓겨난 이후에 무리한 공격으로 적군에게 패퇴, 총살을 당하게 된다. 소련입장에서는 다행하게도 1924년 몽골에 사회주의 공화국이 들어서게 된다. 운게른은 반공, 반유대주의에 심취하여 대규모 학살을 지시하였으며, 심지어 자신의 성질을 주체하지 못하고 부하들을 사형에 처하게 만들었다. 심한 경우에는 화형까지 저질렀던 악독한 지휘관이었다. 말년에 이르러서야 적군에게 패퇴하던 그를 적군에 인도한건 다름아닌 부하들이었다.
- 네이선 베드퍼드 포러스트
남북전쟁 기간 남군으로 활동했던 포러스트는 불같은 돌격으로 여러 전술적 성공을 거둔 능력있는 장교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가 벌인 행동들은 대개 전략적으로 무의미한 행동들이었고,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패배는 남부 연합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의 폭력적인 성향은 북군 병사, 흑인 포로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특히 그는 잘 알려진 KKK단 창립에 기여하였는데 이는 남북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지속되던 흑인차별과 남북갈등의 씨앗을 남겼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데 한 몫했기에 저자들은 포러스트를 최악의 지휘관으러 선정하였다.
- 존 M. 치빙턴
서부로의 개척러시가 이어지던 미국에서 치빙턴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토대로 정치적 명예를 얻고자 이미 평화협상이 타결될 상황에서 샌드크리크에 있던 원주민 지역을 공격하여 무자비한 살상을 벌인다. 자신의 부하들에게 살인 본능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너무 끔찍했던 살육 이야기가 퍼져나가면서 화해분위기였던 미국-원주민 간 관계를 완전히 깨뜨려버렸다. 미국 입장에서는 긴 시간 노력해온 정책이 치빙턴 한 사람의 야망으로 인해 후퇴시킬 수 밖에 없었다.
2. 사기꾼
- 이 장에서는 세상에 꽤 '유능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 사실은 얼마나 '무능'하였는지 살펴본다.
- 이들은 대개 자신들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교만한 태도를 보이면서 중요한 상황에서 무능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보였다.
- 데이비드 비티
1차세계대전 전후로 영국 해군에서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인 비티는 해군의 새로운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중요한 해전에서 제대로된 판단력을 갖지 못하는 바람에 기술적 뒤처졌던 독일 해군에 유틀란트 해전에서 완패하고 수많은 해군 전력을 상실하였다. 여기서 문제는 해상에서 빠른 기동으로 인해 간격이 발생하면 생기던 '통신 문제'에 대해서 이전 해전을 통해 제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티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구식 전술 그대로 전투에 임했다. 그런 그가 드레이크나 넬슨에 비견되는 해군 장교로 칭송받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 기드온 J 필로
필로는 멕시코-미국 전쟁과 남북전쟁에 활동하던 장교이며, 미국 내에서는 '무능한 군인'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심지어 북군 사령관이었던 율리시스 S. 그랜트 중장은 "아무리 허접한 부대라도 필로가 지키는 참호라면 사정거리 내로 걸어서 들어갈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군인으로서의 성공이라는 야망에 불타있었지만, 자신의 결함과 잘못에 대해 누군가 이야기 하면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고 듣지 않았다. 수많은 실패 끝에 남은 것은 또다른 실패와 날아간 그의 재산이었다.
- 로페스 데 산타 아나
산타 아나는 멕시코에서 대통령만 아홉 번 역임했던 인기있는 정치인이자 군인이었다. 그는 멕시코에서 반군을 상대로 몇 차례 소규모 전투에서의 승리를 과장하여 정치적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의 군사적 식견은 형편없었기에 이후 멕시코의 넓은 영토를 상실시키는데 공헌하게 된다. (텍사스 독립전쟁, 미국-멕시코 전쟁)
3. 멍청이
- '무지'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3명의 이야기
- 프란츠 콘라트 폰 회첸도르프
과거 '낙엽이 지기 전에'라는 책을 읽었을 때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것이 외교관계로 인해 구렁이 담넘어가듯 시작한다는 인상이 컸다. 그럼에도 독일의 지분이 크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요 패전국이었으니). 그러나, 이 파트를 읽으면서 회첸도르프라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참모총장의 이해할 수 없는 '공격론', 그 것도 자신이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장한 전쟁이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싶기도 하다. 군인의 삶만 살아온 자로서 약간의 낭만주의가 뒤섞여 전쟁이 있어야 나의 역할이 있고, 그로써 나의 존재감을 되살릴 수 있는 그 시대의 군인론의 영향일까 싶기도 하다.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에서 주인공을 죽음의 참호로 돌격시키는 지휘관도 마찬가지이다. '전쟁이 끝나면 무얼하지?'라는 질문은 반대로 '전쟁 안하면 나는 뭘해야 하지?'라도 회첸도르프가 대답하는 것과 똑같다. 아무튼, 오-헝제국은 전쟁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던게 하나도 없었다. 훈련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참모본부에서 러시아, 세르비아 양개 방면에서 전쟁이 시작할 때의 플랜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독일의 하수인처럼 끌려다니다가 비참하게 패배해버린다.
- 루이스 브레러턴
미국 공군 지휘관이었던 그는 4개의 전투에서 '무지함'을 드러내어 실패하게한 책임이 있는 지휘관이어서 선정되었다.
1943년 필리핀 전역에서 일본이 미국육군항공대 전력을 육상에 파괴하게끔 두었다.
1943년 루마니아 플로이에슈티 유전 공습 간 대규모 피해만 입고 반대로 석유 생산에 피해를 주는데는 실패했다.
1944년 연합군 노르망디 상륙 이후 아군을 폭격하여 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었다.
1944년 제1연합공수부대 사령관으로 아른헴 작전 (마켓가든 작전)에 대실패를 하였다.
그의 실패는 그가 합당하게 판단하고 조치하였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을 단순히 상급자의 지시를 따르는 맹목적인 태도가 주 원인이었다. 잘못된 지시여서 그대로 삼키고 수용하는 전형적인 'Yes Man'의 자세이다. 이런 사람들은 상관이 좋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승승장구야 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위만 쳐다보는 사람이다.
- 조지 A. 커스터
인디언 최후의 대규모 승전으로 알려진 '리틀빅혼 전투'에서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한 인디언 전쟁의 영웅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 커스터 중령은 사실 싸우지 않았어야할 싸움을 하다가 패배하게 된 것이라는 연구가 최근 드러나고 있다. 정찰 간 원주민 집단을 발견하자 커스터는 연대 병력을 3개로 쪼개고 그 중 하나를 데리고 급습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은 자신의 연대 병력보다 인디언 규모가 훨씬 컸었다는 것을 간과하였다. (정찰의 중요성) 게다가 개틀링 기관총이나 야포 등은 기동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가지고 가지 않았기에 커스터는 패배를 자초한 셈이었고, 자신의 죽음과 연대의 전멸이라는 커다란 댓가를 치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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