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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hought/From Book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실험정신


얼마전 흑뢰성에 이어서 요네자와 호노부의 또다른 소설 인사이트 밀을 읽었다. 'Incite mill'이라는 표현을 직역하면 '선동공장'쯤 될 것 같다.
선동공장의 무대는 바로 암귀관으로서, 엄청난 시급의 아르바이트를 쫓아 각자의 이유에 의해 지하세계 암귀관에 12명의 참가자라 발을 들인다.
이로서 '클로즈드 서클'이 완성되게 되는 것이다.

뒤에서 번역가님이 덧붙인 말처럼 일본 미스터리소설계에 '후기 퀸 문제'라는 것이 제기가 되어,
신본격 추리소설에 대한 의문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를테면 탐정이 소설 속에 있는 정보들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서 탐정이 모든 정보를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고서
알아낼 수도 없는 것이며, 탐정보다 훨씬 정보력이 좋은 수사기관이라는 것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대부분 탐정들은 경찰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모순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서 탐정이 활약을 할 수 있는 추리무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작년에 읽은 '시인장의 살인' 경우에는 인근 페스티벌에서 좀비환자가 발생하게 되어, 자연스레 '클로즈드 서클' 조건이 만들어지고 심지어 이 좀비를 이용한 트릭을 사용하는 참신함이 돋보이기도 하였다.

아무튼 요네자와 호노부 역시 '인문과학적 실험'을 빙자한 '살인 게임'이라는 요소를 차용하여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조건을 만들고, 그 속에서 탐정과 조수 살인범 등을 만들어내는 실험을 한다.
'흑뢰성'이 역사미스터리물로서 오다 노부나가 군에 포위된 성을 배경으로 '클로즈드 서클'을 완성했던 것이라면 말이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부러진 용골'이라는 소설에서는 판타지적 요소를 차용하여 미스터리를 해결하기도 하는데 다양한 장르의 미스터리 소설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실험정신이 놀라울 따름이다.

다만, 최근 본격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이러한 설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적어도 1명 이상의 추리소설 마니아 캐릭터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리탑의 살인'에서도 결말은 의외성을 주었지만 자칭 명탐정이라 부르는 마니아가 등장하는가 하면, 이 소설의 화자인 유키를 포함한 사람들이 역시 연합미스터리 동호회에 속해있어 이들의 입을 빌려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설정과 더불어 탐정역을 하면 보너스를 주는 '룰'로 인해 아무리 일반인이 모여있다고 하더라도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7일이라는 시간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만인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니시노라는 캐릭터로 하여금 서로 죽고 죽임 당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설정은 요네자와 호노부로서는 이 시스템을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소설 내에서도 언급되는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범인이 해결되는 과정은 그전에 Day1부터 Day6까지 전개된 내용에 비해 다소 빈약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아무래도 유키와 이와이가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감옥에서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설명이 있다보니 오히려 이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해결할 때는 감옥이 열려있는 설정이 필요하게되고 이는 '망설임의 방'이라는 것으로 설명하려 했던 느낌이 짙다. 살인의 이유야 암귀관에 온 이유 그대로 돈이 문제였겠지만 여기서는 결국 개인에게 할당된 살인무기를 연결하는 문제였으며,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한 +1 무기의 가능성을 찾아낸 것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발상이었다.

다른 사람을 살해했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살해되었을 경우,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지목했을 경우
다른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지목한 사람을 도왔을 경우,
여러분은 더욱 많은 보수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